"향이 깊고 맛도 부드럽습니다. 이 와인으로 하시죠."


요즘 레스토랑에 가서 와인을 고를 때 소믈리에(와인 전문가)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다.

국세청이 최대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판촉을 위해 호텔 등 고급 레스토랑의 소믈리에와 강남 룸살롱 마담 등에게 억대의 상품권을 돌린 혐의로 대형 주류업체 17곳에 대해 11일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대상엔 최근 면허취소 처분을 받은 디아지오코리아를 비롯 진로발렌타인스 롯데칠성 하이스코트 수석무역 등 대형 양주 및 와인업체가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대형 양주 수입업체 A사는 2002~2005년 판촉물업체로부터 골프공 라이터 등의 판촉물 3억원어치를 산 뒤 10억원가량 구매한 것처럼 꾸며 7억원의 불법자금을 만들었다.

A사는 이 중 5억원은 주류도매상에게 판매장려금으로 지급하고 3억원은 상품권을 구입해 서울 강남의 고급 룸살롱 마담 수백명에게 사은품으로 돌렸다.

또 대형 와인수입업체인 B사도 최근 4년간 같은 방법으로 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3억원은 도매상 판매장려금으로 쓰고 1억원은 고급호텔 와인바 등의 소믈리에 등에게 상품권 등으로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들 업체에 대해 법인세와 부가세 탈루를 집중 조사하는 한편 거래 상대방인 판촉물업체에 대해서도 조사를 실시한 뒤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서현수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주류업체들이 판촉비를 이용해 불법자금을 만들어 거래처 접대 등 비정상적 마케팅에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도 최근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현 진로발렌타인스)가 불법자금을 조성해 탈세를 저지른 혐의를 잡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