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내놓은 단기외채 억제책은 환율이 더 이상 떨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비교적 강력한 압박 카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기외채 급증의 주범으로 파악되는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는 동시에 외화대출 용도 지정이란 폐지된 제도까지 부활시키겠다는 것이 골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선 이번 대책이 일시적으론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 때문에 원·달러 환율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반응이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의식,추가 방안까지 강구하겠다고 나서 다음엔 어떤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환율대책 뭔가

정부는 내년 초부터 외은지점의 국내 지점에 대한 손금인정 한도를 현행 자본금의 6배에서 3배로 축소키로 했다.

현재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내국법인(외국법인의 국내사업장 포함)의 차입금 중 국외 지배주주로부터 차입한 금액이 국외 지배주주가 주식 등으로 출자한 지분의 3배를 초과하지 않는 경우에는 차입금을 비용으로 인정해 주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같은 법 시행령에선 외국계은행 서울지점과 같은 금융업의 경우 출자지분에 대한 차입금의 배수를 6배로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또 불요불급한 외화대출이 증가하지 않도록 외화대출 용도를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와 관련,"현재 한국은행이 세부작업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발표할 것이지만 외화를 원화로 바꿔 운전자금으로 쓰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골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브레이크 걸릴까

국내 외은지점의 총자본금 규모는 3조7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재경부는 올 상반기 중 외은지점의 차입금 대 자본금 비율은 5대1 정도라고 추산했다.

외은지점이 본점으로부터 들여온 외화차입금이 18조5000억원가량이란 얘기다.

하지만 손비인정 한도를 3배로 줄이면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외화차입금이 11조원 규모로 줄어든다.

만약 외은지점이 차입금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초과분 7조5000억원에 해당하는 600억원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한은이 외화대출 용도를 제한하면 국내 기업이 외국의 저금리를 이용해 운전자금을 들여오는 것이 차단된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 같은 대책이 일시적 효과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분석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원화강세는 글로벌 달러약세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이번 대책이 원화강세 흐름까지를 제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 대책이 콜금리 인상에 따른 원화강세를 차단하는 차원에서 기획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추가 대책 내놓나

재경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이번 대책의 핵심은 발표한 두 가지라기보다는 추가방안을 강구한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최근 외환시장 흐름이 실물경제와 동떨어져 있다는 판단이며 앞으로도 강력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사인을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일각에선 외환당국이 외화차입금의 일정비율을 한국은행에 예치토록 하는 '가변예치의무제' 등의 초강수를 들고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외환시장이 충분히 자유화된 나라에서 이 같은 초강력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