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호가 사우디아라비아와 2007 아시안컵 축구 본선 조별리그 D조 1차전을 치르던 도중 갑자기 경기장 전체 전원이 꺼져 24분이나 경기가 중단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두 팀이 1-1로 균형을 이루고 있던 후반 39분35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 경기장의 본부석 반대편 조명이 갑자기 죄다 꺼졌다.

이어 본부석 전원이 끊기면서 현장 카메라 등 방송 시설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위성 생중계마저 중단됐다.

순간 8만명을 수용하는 매머드 경기장은 암흑으로 바뀌었다.

본부석 반대쪽에서는 조명 10여 대가 켜졌지만 그라운드 전체가 어두워 호주 출신 심판은 경기를 중지시켰다.

경기 도중 간혹 정전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메이저급 대회에서는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핌 베어벡 감독은 바로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을 불러들였고 한국과 사우디 양 팀 선수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벤치로 물러났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도 무더위 속에 갑자기 정전이 되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심판들은 대회 관계자와 그라운드에 나와 향후 대책을 논의했고 태극전사들도 그라운드에 누워 휴식을 취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상황을 지켜봤다.

대회 주최 측은 30분간 상황을 지켜본 뒤 경기 재개 여부를 결정짓기로 했지만 조명 시설이 다시 작동되면서 결국 24분 만에 6분 남은 경기를 속개했다.

개최국 인도네시아는 야심차게 개최한 대회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