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회장은 '최초'가 많은 기업가다.

섬유 유연제를 국내 시장에 내놓은 것부터가 처음이고 대기업도 엄두를 못 내던 해외연수 제도를 1989년부터 시작했다.

이 회장은 "1989년 해외여행을 자유화한다는 보도가 신문에 나자마자 며칠 뒤 직원들 몇몇을 뽑아 공항으로 내보냈다"며 "일종의 성과급제도 같은 것인데 해외연수제를 도입한 것은 피죤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히 처음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브랜드 마케팅 부문에서도 피죤은 시대를 앞서 나갔다.

피죤은 요즘 말하는 CI(기업 이미지 통합) 작업을 시도한 드문 회사다.

제품에 '피죤'이란 이름을 달아 놓고 회사 이름 역시 '주식회사 피죤'으로 정한 것.제품 이름과 회사명을 같게 하면 누구나 기억하기 쉽고 브랜드 인지도도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 회장은 "당시 대기업들도 단지 제품을 많이 파는 데만 치중했지 CI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척박한 시장 상황에서 피죤이 제품을 팔기 위해 선보였던 마케팅 방식을 보면 지금도 한창 유행 중인 체험 마케팅,제휴 마케팅 등이 총 망라돼 있다.

예컨대 피죤은 신혼부부의 혼수품으로 세탁기가 필수라는 점에 착안해 삼성전자와 제휴,혼수상품 특별행사가 한창일 때 360ml 피죤을 공짜로 나눠주기도 했다.

신혼부부의 분위기에 맞도록 제품의 디자인 패키지도 상큼하게 바꿨다고.이 회장은 "세탁기와 함께 피죤이 배달된 뒤로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며 "새내기 주부들을 피죤의 팬으로 만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1994년에 입·출고 자동 물류시스템,전사적 관리 차원의 ERP 시스템을 도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