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깜깜한 밤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NHN의 일본 법인 NHN재팬을 이끄는 천양현 대표가 한국 온라인게임에 대해 강한 경고 발언을 했다. 지금은 괜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가 어둡다는 것이다. 7년 동안 일본 게임 시장을 들여다본 그이기에 예사 경고로 들리지 않는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아직 잘나가고 있어 미래가 밝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을 비롯한 외국 게임 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온라인게임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습니다. 한순간에 한국 게임 업계에 칠흑같은 밤이 올 수 있습니다."

천 대표는 최근 도쿄 에비수가든에 있는 NHN재팬 사무실을 방문한 기자에게 "제발 더 늦기 전에 (한국 업체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 게임업계는 1,2년 후면 일본이 온라인게임에서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기자의 전언에 "무슨 소리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1,2년이 아니라 당장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천 대표는 "한국 게임 업계가 성공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지쳐버린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온라인게임 역사가 10년이 됐지만 세계 시장에서 통한 온라인게임은 극소수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극소수 성공 사례에 매달려 차기작 개발에 소홀한 사이 외국 업체들이 바짝 추격했다고 했다.

천 대표는 "스퀘어에닉스를 비롯한 일본의 주요 게임업체들이 손을 내밀며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제의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며 "일본 업체들이 온라인게임의 전망이 밝다고 판단했고 이미 감을 잡았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천 대표는 한국 게임 업체들의 어설픈 조직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기획,개발,퍼블리싱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는 것. 이 때문에 게임이 나오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과실 나누기에만 정신이 팔리게 되고 이런 분위기에서는 차기작 준비는 요원하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천 대표는 "일본은 온라인게임 종주국이 한국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국을 공략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며 "조만간 발톱을 드러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NHN재팬과 같이 선두에서 달리는 업체의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도 일본 게임 업계를 자극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NHN재팬은 올해 매출 100억엔(약 758억원) 돌파를 목표로 정했다. 이는 지난해 70억엔보다 42%나 늘어난 수치다. 천 대표는 "내년에 검색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일본 게이오대학을 나와 2000년 도쿄 시부야에 있는 쪽방에서 NHN재팬을 설립했다. 특히 한국형 게임포털 한게임을 현지화해 5년 만에 일본 최고의 게임포털로 성장시켜 일본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도쿄=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