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계가 후판(선박 등에 사용되는 두꺼운 철판)값 인상에 발목을 잡힐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수급균형이 무너지면서 철강업체들이 후판값 인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후판 원료로 사용하는 슬래브(철강 반제품) 가격 인상에 따라 16일 주문분부터 후판값을 t당 72만5000원으로 4만원 인상한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5월 t당 5만원 인상에 이은 두 번째 인상이다.

동국제강의 후판 공급가격은 올들서만 14%(t당 9만원) 오른 셈이다.

이에 앞서 포스코도 지난 4월19일 주문분부터 조선용 후판값을 t당 58만5000원에서 60만5000원으로 2만원 인상했다.

조선업계는 대량수주에도 불구하고 후판값 급등으로 손실을 기록했던 2004년의 '적자 수주'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후판 수급도 어려운데 가격마저 올라가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동국제강의 후판가격 인상 여파로 포스코에 이어 일본의 후판 수입가격마저 연쇄적으로 오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의 연간 후판 사용량은 610만t으로 이 가운데 130만t을 동국제강이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가 올 들어 후판값을 9만원 인상함에 따라 조선업계는 연 1170억원의 원가상승 부담을 안게 됐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