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대통합논쟁이 한창이다.

올해 초 시작된 공방은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마치 지루한 장맛비를 보는 것 같다.

각 정파는 틈만 나면 기득권 포기를 외친다.

"대선승리를 위해 대통합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것이다.

각 정파의 말대로라면 대통합은 벌써 이뤄졌어야 옳다.

대통합이 대선 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데 이견이 없고 자기희생의 각오까지 돼있는데 아직까지 안될 이유가 없다.

적어도 정치인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안 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그들이 입만 열면 공언해온 기득권이다.

열린우리당 해체와 배제론을 둘러싼 '네탓 공방'의 뒤에 숨어있는 게 바로 이 문제다.

창당 주역들조차 "2003년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이 잘못된 것"이라고 실패를 자인한 터에 열린우리당은 당 해체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마지막 남은 기득권인 울타리를 허물 경우 향후 대통합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만큼 간판을 붙들고 있겠다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통합민주당의 배제론은 "색깔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갈 순 없다"는 취지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친(親)노무현 세력을 제외시키는 방법으로 열린우리당의 분열과 공중분해를 유도함으로써 자신들이 통합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이다.

대선주자들의 행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대통합신당 창당에 대해 "한나라당에 맞서기 위해서"라는 원론을 빼곤 생각이 제각각이다.

참여범위 등 신당의 모양새와 경선룰을 놓고 각이 섰다.

신당은 여전히 안개속인데 벌써부터 경선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득권 싸움에 정작 대통합의 중심에 있어야 할 노선과 정책,비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범여권이 내세우는 유일한 논리는 반(反)한나라당이다.

통합의 원칙과 구체적인 그림도 없다.

시간이 없으니 일단 신당을 만들어 후보 경선을 치르고 보자는 식이다.

"또다른 일회용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겉과 속이 다른 '말의 향연'과 '그들만의 잔치'에 국민의 짜증은 오늘도 더해간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