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 노조가 회사 측의 고통 분담 요구를 전면 거부하고 나서 올 임금 및 단체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현재의 경영난을 타개하려면 전환배치 수용과 임금 동결,복지 혜택 축소 등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노조 측은 경영 부진의 원인을 노조 측에 떠넘기려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두 회사 노사는 이날 각각 올 임금 및 단체협상 상견례와 임금협상 6차 본교섭을 갖고 현안에 대해 절충을 시도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차 노사는 울산공장에서 윤여철 사장과 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이상욱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상견례를 열었지만 양측의 입장만 확인한 채 40분 만에 협상을 끝냈다.

이 회사 노사는 오는 18일 2차 교섭을 가질 예정이며,앞으로 1주일에 두 차례씩 교섭을 벌이기로 했다.

현대차는 상견례에 앞서 지난 6일 △정년 연장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 △신차종 양산 전까지 여유 인원 전환배치 협의 완료 △생산 차종 이관시 계획 확정 후 노조에 통보 △유급 휴일 9일에서 7일로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고통분담안'을 노조 측에 제시했지만 노조는 '개악 안'으로 폄하하면서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고유가 및 원화 강세에다가 '샌드위치 위기'까지 겹쳐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노조가 생산성 향상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협상에서 △임금을 12만8805원(기본급 대비 8.9%) 인상하고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며 △현재 만 58세인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 노사의 임금 협상도 진척이 없어 파업 장기화가 우려된다.

기아차는 이날 인력 전환배치와 복지혜택 축소 등 회사 측이 제시한 상생조건을 노조가 수용할 경우 임금을 3만6000원(기본급 대비 2.5%) 인상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교섭이 결렬됐다. 노조는 기본급 8.9% 인상과 생계비 부족분 200% 지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낸 기아차는 "회사부터 살리고 보자"며 노조를 설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