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중국의 섬유 산지로 유명한 장쑤성 우시(無錫)에서 디자이너 앙드레 김(72)의 패션 쇼가 펼쳐졌다.

약 5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8 세계 베이징 축제'를 축하하며 '사계절의 환상'이라는 테마로 펼쳐진 이번 행사는 중국에서 열린 앙드레 김의 열 번째 패션 쇼다.

앙드레 김은 "1993년 한·중 수교 1주년을 기념하면서 처음 베이징에서 사흘간 패션 쇼를 열었다"며 "패션과 문화는 경제의 바로미터라고 하는데,경제 발전에 비례해 중국의 패션분야도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홍콩,2004년 베이징 중국 인민대회당,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대한민국 섬유패션 대전(상하이 인 프리뷰)'에서 패션 쇼를 진행하며 중국 패션의 발전 과정을 꾸준히 지켜봐 왔다.

"중국에서 첫 패션 쇼를 했을 때 중국 여성들은 헐렁한 상의에 통이 좁은 바지를 입을 정도로 패션 수준이 아주 미약했습니다.

거의 패션을 논할 수 없을 정도였죠.그런데 외모만 그랬을 뿐 기자회견 때 질문을 받으면서 그들이 내면적으로는 오랜 역사와 문화만큼 풍부한 예술성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앙드레 김은 "중국은 눈부신 경제 성장만큼 놀라운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고,상하이·베이징·우시 등 정부에서 패션 분야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어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틀림없이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도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김태희 등 한국의 톱 스타를 대동하며 중국에서 패션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는 "패션을 산업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종합예술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제휴한 가전업체와 내의업체들이 '앙드레 김' 브랜드 제품을 중국에 수출,이곳에서 팔리고 있지만 자신은 종합예술로서의 패션을 중국에 널리 알리는 일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그는 "한류는 제가 디자이너로 45년 활동하면서 늘 목표했던 것이며 한류가 전 세계에 전파되도록 하는 게 나의 목표"라며 "앞으로 티베트,부탄 등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 않지만 예술적인 정서가 풍부한 지역에서 계속 패션 쇼를 열어 한국의 패션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우시(중국)=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