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업체인 와일드오츠(Wild Oats)를 주당 8달러에 인수하길 원하는 업체는 없을 것이다.

홀푸드(Whole Foods)가 와일드오츠를 인수할까? 인수하지 않을 게 확실하다.

와일드오츠는 파산하거나 주가가 5달러 밑으로 떨어진 다음에 결국 팔릴 것이다.'

2005년 1월 인터넷 포털인 야후의 주식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와일드오츠를 혹평한 내용이다.

글을 올린 사람의 필명은 '라호데브(Rahodeb)'.아마도 와일드오츠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사람인 듯싶다.

다른 주식 게시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종류의 글이어서 눈길을 확 끌지도 않는다.

그런데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월가가 이 글로 시끌벅적하다.

글을 올린 주인공이 다름아닌 와일드오츠의 경쟁사로 미국 최대 유기농 슈퍼체인인 홀푸드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존 매케이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홀푸드는 특히 지난 2월 와일드오츠를 5억6500만달러,주당 18.5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한 상황이어서 존 매케이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 보도했다.

매케이는 1999년부터 작년 8월까지 8년 동안 야후 주식 게시판에 '라호데브'란 필명으로 수많은 글을 올렸다.

라호데브는 그의 아내 이름인 '데버러(Deborah)'의 철자를 바꿔 조합한 것.라호데브는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홀푸드의 실적은 한껏 치켜세운 반면 와일드오츠에 대해선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예컨대 "와일드오츠의 경영진은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고 있으며 그들에겐 어떤 가치도 미래도 없다"거나 "와일드오츠의 주가는 고평가돼 있는 만큼 와일드오츠에 투자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와일드오츠를 깎아내렸다.

반면 연간 재무보고서에 들어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고 헤어스타일을 조롱한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나는 매케이의 헤어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반박하는 등 홀푸드에 대해선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매케이의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은 연방무역위원회가(FTC)가 홀푸드의 와일드오츠 인수를 막기 위해 제기한 반독점 소송 관련 서류를 통해 드러났다.

매케이는 이에 대해 회사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것이 즐거워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글을 게재했다"며 "글의 내용은 때때로 내가 실제 믿고 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케이는 대학교를 중퇴한 뒤 천연식품 상점에서 근무하다가 1978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홀푸드를 설립했다.

미국에 171개의 점포를 갖고 있으며 영국과 캐나다에도 각각 7개와 3개의 점포를 여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3만6200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으며 2006회계연도에 2억382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