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을 한 바퀴 돌아보니 지름 5mm도 안 되는 작은 별꽃 무리와,바쁘게 흙 속을 헤집고 다니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벌레들과,하늘 향해 두 팔 벌리고 있는 앙증맞은 새싹들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자연에서는 이리 작은 생물들도 그 모든 시간표를 기억하고 담담하게 잘 버티며 사는데,괜스레 혼자 동동거린 내가 쑥스러워지고 만다.'

한국일보 기자와 여성신문 편집부장,한국광고주협회 상무 등을 지낸 박효신씨가 35년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서 발견한 생활의 기쁨.그의 책 '바람이 흙이 가르쳐 주네'(여성신문사)는 푸성귀 향기가 폴폴 묻어나는 녹색 일기장이다.

그가 번잡한 서울생활을 접고 충남 예산으로 거처를 옮긴 것은 2004년.시골사람이 되어 처음 한 것은 옥수수 농사였다.

그 때의 감흥을 '땀은 짜지만 달았고 노동은 힘들지만 개운했다'고 그는 표현했다.

시골생활 3년째인 그의 명함은 '풀각시 박효신'.그런데 그가 정말 갖고 싶은 명함은 따로 있다.

땅의 깊이를 제대로 호흡할 수 있는 '농사꾼 박효신'이 그것이다.

네이버 블로그 '풀각시 뜨락'에서 그의 살맛나는 인생2막을 엿볼 수 있다.

240쪽,1만1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