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자고 일어나기만 하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53.18포인트(2.78%) 올라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이달 들어서만 7번째 사상 최고가 경신이다.

포스코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상승 탄력이 과거 개별 종목 움직이듯 거침없다.

기관투자가는 들어오는 돈을 주체 못하며 우량주를 주워 담기 바쁜 형국이다.

기업 실적 회복과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이라는 호재가 맞물려 시세가 폭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승 분위기에 휩싸여 금리 인상,유가 급등과 같은 악재가 간과되고 있다며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날 사상 최고치 경신은 올 들어 42번째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시가총액은 1080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시총 1000조원을 돌파한 지 불과 7거래일 만에 80조원이나 불었다.

이날은 시총 상위 종목의 주가 흐름이 눈부셨다.

'소리 없이 움직인다'는 포스코는 9.80%나 올랐고 삼성전자도 2001년 4분기 이후 최악의 영업이익이란 악재를 극복하고 6.35% 뛰었다.

전일 미 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도 투자심리에 불을 지폈다.

이날 장을 주도한 것도 기관이었다.

기관들은 최근 자금이 들어오는 족족 주식을 채워 놓기 바쁘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기준 주식형펀드 주식비중은 91.82%에 달했다.

주식형펀드의 주식비중은 지난 4월 60%대로 떨어진 후 꾸준히 높아져 올 들어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섣불리 조정을 겨냥해 비중을 줄였을 경우 수익률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물밀듯 밀려오는 시중 자금은 기관 순매수의 원천이 되고 있다.

주식형펀드는 이번 주 3조3000억원이나 늘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주식비중을 95% 이상으로 가져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종목을 팔고 새롭게 움직이는 종목을 사는 방식으로 조정 위험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과거 세 차례의 유동성 장세를 거쳤다.

'마지막 화려한 불꽃'을 피운 증시는 어김없이 긴 조정으로 이어졌다.

1989년 3월에는 1003.31포인트를 찍었고 94년 9월에는 1000.80을 기록한 후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가장 최근인 1999년 9월에는 IT(정보기술) 버블 붕괴와 함께 시장이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최근 유동성 장세는 질적인 면에서 다르다는 분석이 많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지수 상승을 유동성에 의한 것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전 세계적으로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고 있지만 밸류에이션상 아직도 비싸지 않다"고 말했다.

IT버블 때나 주가 고점기 PER(주가수익비율)는 20배를 넘었는데 현재는 세계증시 PER가 14.7배 정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또 저금리 기조가 정착된 가운데 기업실적이 회복되면서 양질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분석된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 데다 적립식펀드 등 양질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일시에 자금 유입이 끊어지는 흐름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의 대세 상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UBS증권 씨티그룹 등 외국계 증권사마저 연내 2000선 돌파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이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나 유가 등 한두 개의 이벤트성 악재로 시장 추세를 막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분위기라면 2000선 돌파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장 사장은 "20일 이격도가 108까지 벌어져 기술적으로 분명 과열상태"라고 말했다.

유동성 공급으로 지수가 오르고 있으나 기업실적 회복 속도를 앞지르는 상승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고점 근처에 오면 추세가 가팔라지는 경향이 있다"며 "장기 상승에 대한 자신감이 단기적으로 너무 과하게 표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센터장도 "3월 이후 너무 급등해 2000선 위에서 고점을 찍고 긴 조정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