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온통 주식 얘기뿐이다.

이들의 말을 좀 더 신경써서 듣다보면 앞으로의 주가에 대해서는 낙관하면서도 언젠가는 떨어질지 모른다는 이른바 '블랙 먼데이'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함께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 시점에서 주가가 더 오를 만한 이유는 있다.

가장 중요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상향 조정돼 5%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순환상으로도 상반기를 저점으로 회복되는 초기인 데다, 경기 사이클이 단기화되는 최근의 추세와는 달리 이번에는 2008년 말이나 2009년 상반기까지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세계경기가 회복된다면 기업실적은 개선될 수밖에 없다.

갈수록 기업 간 차별화 현상이 심해진다 하더라도 시장지배력이 높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돼 평균수준으로는 예상보다 좋게 나오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설령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연착륙만 가능하다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지난 1년 동안 보여줬다.

국제유동성도 세계 각국들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대안화폐 증가와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로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은 줄지 않는다.

오히려 저축률이 높았던 아시아 국민들이 투자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요즘처럼 기대수익률이 증시가 압도적으로 높을 때에는 '쏠림 현상'까지 나타나 금리인상과 같은 증시과열 억제책을 무색케 한다.

이런 요인들이 지난 몇 년간 증시를 밝게 봐 왔고 앞으로도 주가를 낙관적으로 보는 근거다.

이런 전망 속에도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주식투자자들이 '이번만은 다르다'라고 확신하고 반대의 경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식에 사랑에 빠지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잠시 '블랙 먼데이'와 같은 주가 폭락 사태가 있었던 직전의 상황을 살펴보자.공통적으로 사람들의 대화는 온통 증시로 향했다.

주식투자로 백만장자가 됐다는 투자자들의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유가 급등 등의 부담스러운 소식이 적지 않지만 주가가 다시 떨어질 것이라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무렵 경기와 주가 선행지수가 침체를 예고했지만 이에 대비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미국의 저명한 경기 예측론자인 웨슬리 미첼은 최근의 증시처럼 낙관 일색의 장밋빛 상황에서는 '낙관론의 위기(crisis of prosperity)' 뒤에 찾아오는 '비관론의 오류(error of pessimism)'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그릇된 비관론을 낳는다.

새로 탄생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

주가 급등은 강한 감성적인 흥분을 유발하고,흥분한 사람들은 또 다른 흥분 상태로 전이된다.

이 때문에 주가가 일단 고개를 숙이면 가라앉는 속도는 그만큼 빠르다."

따라서 모든 주가변동은 나름대로의 충분한 이유(fundamentals)가 설명해 줘야 한다.

이 말을 세계적인 주식투자 전략가인 제라미 시겔의 시각대로 재해석한다면 '주식을 너무 사랑하지 말라'는 의미다.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주식에 낙관적인 전망을 하든,그동안 얼마를 벌고 잃었던 간에 펀더멘털이 주가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실제 투자는 신중을 기하거나 보유 주식을 팔아야 한다.

정책당국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증시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증시 문제를 투자자와 같은 남의 탓으로 돌리기 보다 경기에 부담을 주지 않게 '질서있는 조정'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시장 패닉(panic) 현상인 '블랙 먼데이' 가능성에도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완충장치(airbag)를 마련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