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그림이지요.

죽는 날까지 나의 재산이라고 하면 영혼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팔아먹을 것이 있다면 혼이 담긴 작품이겠지요.

그렇지만 이 길은 멀고도 험하죠.베토벤이 귀가 먼 뒤 만든 음악은 아직 살아 움직이고,반 고흐가 귀를 자르는 '미침의 경지'에서 그린 그림이 많은 사람의 가슴을 후비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겠지요."

서양화가 김기철씨(59)는 최근 직장암 판정을 받고 곧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그러나 그는 "죽는 날까지 화필을 놓지 않고 예술혼을 불태우겠다"며 서울 관훈동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 개인전(18~24일)을 강행하고 있다.

아쉽게도 8월로 예정된 뉴욕 허드슨 리버갤러리 초대전은 수술 일정 때문에 포기했다.

김씨는 2002년에 이어 2004년에 찾아온 두번 째 뇌졸중으로 한 때 오른 손을 사용할 수 없었던 작가.

이번 전시는 암과 싸워가며 완성한 작품 30여점을 보여주는 자리다.

"화가로서는 오른 손이 마비되는 절망적인 순간을 경험했어요.

이대로 삶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술도 끊고 설사약으로 버티며 붓과 씨름하며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불교의 윤회사상이 엷게 깔려있다.

한지에 아크릴 물감으로 오방색을 풀어내 여백과 채색,발묵과 필력,우연과 필연의 반복 속에서 물고기 등이 꽃으로 탈바꿈하는 '인연의 고리'를 형상화하고 있는 것.그래서 작품 제목도 '고리''심상풍경'으로 붙였다.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한 김씨는 "어머니가 자식을 업고 가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며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러워 내려놓고 싶어도 자식을 떨어뜨릴 수 없듯 끝없는 이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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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