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강세가 무섭게 진행되고 있다.

2004년만 해도 연평균 1000원이 넘었던 일본 100엔에 대한 원화 환율이 2005년 930.7원,2006년 821.5원으로 각각 12.1%와 11.7% 하락하더니 최근에는 75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일본에 수출하긴 어렵다고들 하소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예를 들어 우리 수출업자가 볼펜 하나를 100엔씩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데 원·엔 환율이 1000원에서 900원으로 내린다면,볼펜 하나당 1000원씩 벌어들이던 수출 기업은 900원만 받게 되므로 이전에 비해 개당 100원씩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만약 이 수출업자가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개당 100원씩 수출 가격을 올린다면,일본의 수입업체는 개당 111엔 정도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업체보다 가격이 싼 다른 나라의 볼펜 수출업자를 찾을 것이 자명하다.

여기에 자동차나 반도체 등과 같이 세계 주요 시장에서 일본 제품들과 경합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도 가격 경쟁 측면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이처럼 원화 강세는 우리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수출업체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므로 우리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원화에 대한 엔화나 달러화 약세는 일본과 미국의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들 국가로부터 소비나 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 무역수지 흑자폭은 줄어들게 되고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서비스 수지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까닭에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정부의 무분별한 외환시장 개입은 일시적으로는 이익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보다 큰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우선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해 달러화를 대규모로 매입하려면 한국은행이 원화를 무리하게 발행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물가 상승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렇다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통화안정 증권을 발행해서 늘어난 통화를 흡수하는 정책을 취한다면 이에 따른 이자 지급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자 비용을 감내하며 외환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환율 방어를 지속할 수 있을까? 이 또한 한계가 분명하다.

재경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평채를 무한정 발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2년 과대 평가된 파운드화를 무리하게 지키려다 헤지 펀드의 공격으로 여지없이 무너진 영국 중앙은행의 역사적 경험도 있다.

물론 원화 강세로 모든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원자재나 부품 수입 비중이 50% 이상인 수출 기업은 환율이 내려가면 그만큼 수입 비용이 낮아져 제조 원가가 절감되기 때문에 제품의 가격 경쟁력과 기업의 채산성이 개선된다.

또한 엔화나 달러화로 표시된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은 장부상 부채가 줄어들게 된다.

국내 수입업체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거래해 오던 상품을 수입할 수 있고 해외 여행업체도 기존의 여행 상품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보다 값싸게 제공할 수 있다.

환율이 내리면 수입 물가가 낮아져 국내 물가 안정에도 기여하게 된다.

작년과 재작년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친 충격이 생각보다 적었던 것도 원화 강세 덕분이었다.

따라서 외환시장 수급 여건에 따른 원화 가치의 자연스러운 변동은 기본적으로 용인되어야 한다.

다만 갑작스런 환율 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수출 기업에 대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하는 수준으로 외환시장에 제한적으로 개입(smoothing operation)하는 것은 필요하다.

우리 수출 기업들도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만 강조해서 환율 방어에만 의지하는 천수답식 수출 전략에서 탈피하고 경영 합리화나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비용 절감에 노력하며 브랜드 가치,품질,디자인 등을 개선해서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수출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원가 절감에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원화 강세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생각된다.

배상근 < 한경硏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