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자산 1兆 넘는 증권사 지점 속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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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돈을 굴릴 데가 주식이나 펀드밖에 없다는 생각들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박상훈 대우증권 천안지점장)
"'돈이 생기면 더 넣을게요'라고 말한 고객들이 실제 예금이나 부동산을 팔아 뭉칫돈을 들고 오고 있습니다."(김형상 우리투자증권 골드넛멤버스WMC 센터장)
시중 자금이 증시로 밀려오고 있다.
부동산이나 정기예금 등 은행권에 묶여 있던 자금이 증시로 거대한 물꼬를 트고 있다.
김찬 대우증권 테헤란밸리 지점장은 "자산 포트폴리오상 부동산 대신 주식 쪽을 늘리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억 단위 뭉칫돈을 보면 유동성 장세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고 전했다.
김 지점장의 말처럼 최근 주식 관련 자금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 있다.
주식매수 대기 자금인 고객 예탁금은 작년 말 8조4488억원에서 지난 12일 15조5901억원까지 급증했다.
이달 들어 9거래일 동안만 1조5700억원 늘었다.
펀드 쪽 자금 유입은 더욱 폭발적이다.
이달 들어 주식형 펀드는 3조7910억원 급증했다.
하루 4200억원 꼴이다.
연초엔 해외 주식형펀드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국내 주식형펀드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증권사 지점 중 자산 1조원을 넘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증권업계 전체로 봤을 때 고객 자산 1조원 이상인 지점 숫자는 지난해 말 25개에서 13일 현재 45개로 증가했다.
고객들의 신규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난 데다 주가 급등으로 고객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평가액이 대폭 증가,고객 자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에서 고객 자산 1조원을 넘는 점포는 작년 말만 해도 본사 영업부와 GS타워점 교대역 올림픽 지점 등 6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자산 1조원이 넘는 점포가 두 배 가까운 11개로 증가했다.
옛 금융 중심가에 위치한 광화문WMC(Wealth Management Center)와 남대문WMC 명동WMC 등과 고액 자산가를 대거 유치한 청담 지점 및 골드넛멤버스WMC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삼성증권도 1조원 이상 점포가 작년 말 12개에서 최근에는 17개로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서울 경기지역이 아닌 충청 및 경상도 지역에서 새로운 점포가 탄생한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충청 지역은 토지보상비 유입으로,경상도 지역은 예탁된 고객 주식의 주가 급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동양종금·대우·한화·메리츠·대신증권 등도 1조원대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작년 말까지 본사 영업부 1개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역삼점과 도곡점 전하동(울산) 지점 등이 새롭게 1조원대 점포로 올라섰다.
범 현대 계열사들이 많이 거래하는 울산 전하동 지점은 현대중공업 주가 급등 등으로 예탁 자산이 불어 1조원대 점포에 합류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작년 말 2곳에서 4곳으로,한화증권은 한 곳도 없었으나 현재 3곳으로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에서 1조원대 점포 수의 증가세가 두드러진 것은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이 주식 시장으로 옮겨온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구비해 자산관리 영업에 나선 것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준/서정환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