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경제에 '이전효과(spill-over effect)'란 말이 있다.

정규직 노동조합이 집단행동을 통해 임금을 올리면,기업은 정규직 고용을 줄이는 대신 임금이 싼 비정규직의 채용을 늘리게 되는 효과다.

그렇다면 인건비가 싸고 해고가 용이한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돌린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아마도 고용시장이 경색해져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실제로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되자마자 여기저기서 해고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비정규직의 차별시정과 정규직화로 비용상승을 우려한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있고 노조는 이에 반발,점거농성 등으로 맞서고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사정 3자가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엊그제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이수영 경총회장이 만났지만 "잘해보자"는 원칙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노사 모두가 비정규직보호법을 '악법' 정도로 치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보완책은 없나.

물론 있다.

우선 정규직이 고통분담에 나서는 것이다.

대기업-중소기업,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벌리는 데 '일등공신'인 대기업 정규직노조들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 들어갈 비용을 정규직의 인건비 상승분에서 충당한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건의료노조가 정규직의 임금인상분을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에 쓰자고 제안,노사가 합의한 것은 집단이기주의에 빠진 우리나라 노동조합들이 교과서로 삼을 만하다.

직무에 걸맞게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일도 중요하다.

근무연수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현재의 연공급 대신 직무의 성격과 난이도 등에 따라 차등을 두는 직무급으로 바꿀 경우 차별문제를 둘러싼 불필요한 갈등이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를 바꿀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나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적자원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자세도 문제다.

우리 기업들은 비정규직은 물론 정규직까지도 자원보다는 비용으로 간주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회사의 경영이 조금만 나빠져도 비용절감 차원에서 인적자원을 가차없이 정리하는 관행을 보여왔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 비정규직을 하루아침에 외주용역으로 돌리거나 해고를 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종신고용제를 지향하면서 비정규직을 함께 채용하는 일본식 고용관행도 연구해볼 만하다.

이러한 고용관행이 고용 유연성과 안정성(Flexi-curity)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동조합이 무조건 집단행동을 통해 문제를 풀려는 태도도 버려야 한다.

민주노총은 최근 이랜드 사태를 조직확대의 계기로 삼고 있는 듯하다.

투쟁과 농성을 통해 민주노총의 파워를 보여줌으로써 비정규직의 가입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이 이제 막 시행에 들어갔다.

사용자나 노동자나 너무 성급하게 반응하지 말고 고용안정과 유연성을 서로 인정할 때 기업의 생산성과 일자리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