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와 주가가 이상한 커플링(동조화)을 형성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주가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 같은 유가와 주가의 동조화 현상은 일반적인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국제 유가의 기준으로 쓰이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올해 들어 약 21% 상승했다.

지난 금요일(13일) 하루에도 약 2% 치솟아 국제 유가는 최근 11개월 동안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다우존스를 비롯한 미국의 각종 주가지수도 연일 기록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 휘발유 가격 등 에너지 비용이 크게 늘어나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소비자들의 지출도 줄여 결과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린다고 여겨지고 있다.

실제 과거의 지표들을 살펴봐도 대부분 유가와 주가는 반비례를 보이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가와 주가가 동반 상승하며 일종의 동조화 현상을 띠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견실한 미국 경제의 영향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안정세로 기업들의 에너지 수요가 늘고 있지만 소비도 역시 활발해 주가 오름세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비안코리서치의 하워드 시몬스 분석가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곧 미국 경제가 건실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유가 상승이 반드시 주가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공급 위축 등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미치는 영향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유가-주가 동조화 현상'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일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소매 판매가 0.9% 감소,최근 2년 동안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소비가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가 상승세가 지나칠 경우 기업들에 결국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내년에도 세계 석유 수요가 당초 예상치(1.8%)보다 높은 2.5%의 증가세를 기록할 것"이라며 "기존 설비와 기술로는 원유 생산 증대에 한계가 있어 앞으로 5년 안에 국제 원유 수급이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