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설집에 담긴 작품들은 그가 2004년 봄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쓴 것이다.
장편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까지 합치면 세번째 책이다.
작가는 이번 책에서도 "맨들한 표면같은 일상에서 우리가 생각지 못한 이면"을 얘기한다.
'타인의 고독'에서는 자신의 최대 교환 가치를 내세워 최적의 상대를 골라내야만 하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비판했다.
'어금니'에서는 남부럽지 않게 사는 강남 주부가 여중생과 원조교제를 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 앞에서 도덕적으로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그려 '정이현'다운 충격요법을 선보였다.
일상의 틈새 속에서 '현재의 아이러니'를 집어내는 작가의 '삐딱한' 시선은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오늘의 거짓말'에서 절정에 다다른다.
우리 모두가 믿고 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도 사실은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기발한 발상은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모호한 현실을 뒤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우리가 말하는 것은 모두 과거의 것이고,그게 불과 10분 전의 일이라 해도 결국 '진실'은 기억에 의해 굴절돼 나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작가의 이런 신랄함도 예전보다는 누그러졌다.
'삼풍백화점'에서는 20대를 보낸 1990년대의 상징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그리면서 그와 같이 무너져 가버린 자신의 '청춘'을 고백한다.
그는 "1990년대 젊은이들은 학생운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서태지에 대한 열망 사이에서 갈등했다 "며 "이번 작품에서는 예전보다 내가 그린 인물과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작품의 주제가 '지금,여기'로 귀결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비밀과외'에서는 우리 사회의 교육제도와 이 제도 안에서 '비밀과외'라는 제도 파괴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엄마와의 간극을 보여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