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역분쟁 쟁점이 바뀐다 … '관세ㆍ쿼터'에서 '안전ㆍ품질'로 이동
국제 무역분쟁의 초점이 '관세 및 쿼터'(수입물량 제한)에서 '안전 및 품질'(safety and quality)로 바뀌고 있다.

안전 및 품질은 상당히 기술적인 문제여서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무역규제의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산 식품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과 수입 중단 조치.미국 일본 유럽이 중국산 치약과 애완동물 사료 등에 대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자 중국이 미국 프랑스 호주 등 10여개국의 식품에 대해 안전기준 미달을 이유로 수입을 잠정 중단해 버렸다.

이 같은 공방에는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자리잡고 있지만 무역규제와 보복의 수단이라는 의미가 혼재돼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6일자에서 보도했다.

중국산 식품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3월 시작됐다.

지난 3월 말 미 식품의약국(FDA)이 중국산 애완동물 사료를 수입 금지한 데 이어 5월에는 중국산 치약의 수입을 전면 보류했다.

이 같은 조치는 유럽과 일본으로 확대됐으며 미국에선 중국산 수산물도 항생제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수입을 통제했다.

중국의 반격은 지난주 나왔다.

중국 국가품질감독검사총국은 지난 10일 세계 최대 육류가공업체인 타이슨 푸드와 샌더슨 팜스,카길 미트 솔루션 등 미국 7개사의 육류 가공품에서 살모넬라균 등이 검출됐다며 수입을 잠정 중단했다.

이어 프랑스 일본 호주 등 10여개국의 수입 식품에 대해서도 불합격 조치를 내렸다.

중국은 미국의 안전을 이유로 한 수입 중단 조치가 대중 무역보복 법안을 만들겠다는 의회의 주장과 시기적으로 일치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국제 무역분쟁 쟁점이 바뀐다 … '관세ㆍ쿼터'에서 '안전ㆍ품질'로 이동
대중 무역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안전 및 품질 기준을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실제 중국은 작년에만 수출액의 15%가량이 안전 및 품질이라는 기술적 기준에 걸려 수출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의 작년 수출액이 9691억달러였으니까 758억달러가량이 애매모호한 무역장벽에 걸렸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중국 상무장관은 지난주 "관세와 쿼터라는 전통적인 무역규제 수단의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안전과 품질이라는 기술적인 조건이 새로운 무역규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해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산 식품의 안전 논란이 일기 전에도 안전 및 품질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점점 심해지는 상황이었다.

북미와 유럽 국가들이 수입품에 대해 점점 더 까다로운 안전기준을 적용하면서 개발도상국들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올해 열린 국제무역기구(WTO) 위원회 회의에서 아르헨티나는 농약 잔류 기준에 대한 선진국들의 규정을 재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등 도처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문제는 안전 및 품질이란 기준을 객관화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데 있다.

그러다보니 1995년부터 2006년까지 WTO에 제기된 245건의 논란 중 66건만이 해결됐을 뿐 나머지는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홍콩에 있는 법률회사인 헬러 에르만의 국제통상 자문관인 레오라 블룸버그는 "안전 및 품질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무역규제 수단으로 남용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