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대출을 받지 않고 집을 사려면 7년6개월 동안 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두 저축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가 비싸다는 영국 런던(6.9년)보다 집을 마련하기가 더 어려운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16일 국토연구원이 건설교통부의 의뢰로 전국 3만201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6년 주거실태조사'에서 밝혀졌다.

◆런던보다 집사기 더 어려워

이 조사에 따르면 연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서울이 7.5배,수도권은 5.7배로 나타났다.

이는 런던(6.9배)보다는 높고,미국 뉴욕(7.9배),호주 시드니(8.5배) 등보다는 낮은 것이다.

PIR는 주택구입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로 대출 없이 소득을 모두 모았을 때 주택 구입에 걸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PIR는 전체 대상자 가운데 중간에 위치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중위수' 개념으로 조사한 것이어서 평균 집값을 연소득으로 나눈 평균값으로 PIR를 산출하는 외국보다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평균치를 토대로 산출된 수도권의 PIR는 8.1배로 집계됐으나,서울지역은 발표되지 않았다.

평균값 기준 PIR가 중위수를 기준으로 한 수치보다 높다는 점을 의식한 국토연구원이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평균값으로 조사한 서울의 PIR는 10.1배이며,강남권은 12.9배에 달한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서울의 평균값 PIR는 최소 10배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계층별로는 저소득층(소득 1∼4분위)의 PIR는 6.3배로 중소득층(소득 5∼8분위,3.4배),고소득층(소득 9∼10분위,3.6배)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

◆고소득층 64% 아파트 거주

실제 가구주가 처음으로 내집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전국적으로 평균 8.07년으로 분석됐다.

수도권은 7.9년,광역시는 8.6년으로 조사됐다.

주택을 구입하면서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가구의 LTV1(금융회사 대출액/주택구입가격)은 전국 평균 36.5%,수도권 35.7%로 나타났다.

1억원짜리 집을 사기 위해 가구별로 3500만원 이상을 대출받은 셈이다.

현재 주택에 거주하는 평균 기간은 전국 7.66년,수도권 5.33년,광역시 7.20년,도지역 11.34년으로 조사됐다.

또 수도권에서 고소득층은 아파트 거주비율이 64.78%로 저소득층(26.73%)의 두 배가 넘었다.

주택 마련 방법으로는 기존주택 구입이 52.64%로 신규 분양(27.56%)의 2배에 달했다.

현재 주택사용면적은 전용면적 기준으로 평균 67.33㎡로 파악됐다.

2년 내 이사할 계획이 있다는 가구는 수도권이 13.45%로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높았다.

이사 때 고려할 사항으로는 주택규모(16.42%),주택가격(16.09%),교통여건(11.91%) 등의 순이었다.

무주택 가구주를 상대로 공공임대주택 입주 여부를 물은 결과에서는 '입주하겠다'(41.82%)가 '입주하지 않겠다'(35.91%)보다 소폭 높았다.

입주 시 고려사항으로는 대부분 임대료 수준이 최우선(저소득층의 경우 71.39%)으로 꼽혔다.

주택자산은 전국 평균이 1억1803만원으로 나타났으나 수도권(1억7492만원)에 비해 광역시(7906만원) 및 도지역(5986만원)의 집값이 최대 34%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2년마다 조사키로

국토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주거실태조사는 올 하반기 장기종합주택종합계획에 반영된다.

그동안 건설교통부와 재정경제부 등 부동산 정책 담당 정부 부처는 5년마다 실시되는 통계청 조사에 의존해 왔다.

이에 따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건교부는 지난해 3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올해 첫 발표한 주거실태조사를 매년 실시하되,일반조사와 특수조사를 번갈아 하기로 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