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주에 장기투자하던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틈타 지분 매각에 나섰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요 외국인 투자자 중 한 명인 슈로더는 지난 16일 삼성증권 영업창구를 통해 약 30만주를 2000억원 정도에 장내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슈로더의 매물 공세로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5% 이상 급락했다.

영국계인 슈로더는 운용 중인 이머징마켓펀드와 아시안그로스펀드의 최대 편입종목이 삼성전자일 정도로 장기투자자여서 매각 배경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슈로더의 매도는 최근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대제철의 오랜 주주인 미국계 대형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도 지분율을 크게 낮췄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지난 주말 현대제철 128만2570주(1.51%)를 장내 매도,지분율이 5.9%에서 4.4%로 줄었다.

지난 2월 지분율 8.3%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또 호주계 윤리투자 전문회사인 헌터홀도 지난주에 웅진홀딩스 주식 30만주(3.44%)를 대량 매도,지분율을 12.74%에서 9.3%로 낮췄다.

이남우 메릴린치 증권 대표는 "최근 주가 급등으로 한국 증시의 저평가매력이 줄어든 것으로 판단한 일부 외국인들이 매도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