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골프대회 중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이 19일 오후(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앤거스의 카누스티GL(파71·길이 7421야드)에서 개막된다.

올해 136회째로,100년을 갓 넘은 US오픈(107회)에 비해 약 30년이나 오래된 대회다.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이기도 하다.

최대 관심사는 타이거 우즈(32·미국)의 대회 3연패 여부다.

우리에게는 미국진출 후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최경주(37·나이키골프)의 성적이 주목거리다.

우즈는 지난해 부친 작고 후 두 달 만에 이 대회에서 우승하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그 여세를 몰아 USPGA챔피언십까지 제패했지만,올해는 메이저대회 우승 맛을 보지 못했다.

약 한 달 전 첫 딸을 얻은 우즈가 아내와 딸에게 우승컵(클라레 저그)을 선사할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2005년 챔피언이기도 한 우즈가 올해도 우승하면 1954∼56년 피터 톰슨(호주) 이후 51년 만에 대회 3연패를 이룬 선수가 된다.

우즈는 특히 1999년 폴 로리(영국) 이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유럽 선수들의 도전을 뿌리쳐야 한다.

'유럽파' 선봉에는 US오픈 챔피언 앙헬 카브레라,세계랭킹 7·9·10위인 헨릭 스텐손,루크 도널드,파드리그 해링턴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출신 선수들은 메이저대회 사상 최다인원이 출전한다.

최경주를 비롯 양용은(35·테일러메이드) 이동환(20) 이원준(22·LG) 이승호(21·투어스테이지) 등 모두 5명이다.

최경주는 세계랭킹 50위 내 자격으로,양용은은 유럽투어 상금랭킹 20위 내 자격으로,이동환과 이승호는 일본투어 미즈노오픈 4위 내 자격으로,이원준은 아시아 지역예선을 통과해 각각 출전권을 얻었다.

그 중 초점은 최경주다.

최경주는 과거 이 대회 성적이 좋지 않다.

지난해까지 일곱 번 출전해 세 번 커트탈락했고,2004년 16위를 차지한 것이 최고성적.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미국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2위까지 올라갔다.

SBS골프채널에서는 19·20일엔 오후 5시부터,21일엔 오후 6시부터,22일엔 오후 7시부터 이 대회를 중계할 예정이다.

● 카누스티골프링크스

카누스티 골프링크스는 1999년 장 방드 벨드(프랑스)가 최종홀에서 더블보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으나,트리플보기(7타)를 하는 바람에 우승을 날려버린 곳이다.

이곳은 최근 40년 동안 브리티시오픈을 개최한 9개 코스 가운데 평균타수가 76.09타로 가장 높다.

'난도(難度)' 2위인 로열 리덤(74.76타)보다 1.3타 이상 높다.

그래서 올해는 특별히 브리티시오픈 대신 '브루티시(brutish·잔인한)오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대체 얼마나 어렵기에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일까.

링크스 코스 특유의 거센 바람,무릎까지 올라오는 러프,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은 '항아리 벙커' 등에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바뀌는 변화무쌍한 날씨가 변수로 가세한다.

이곳의 '악명'은 가장 최근 열린 1999년 대회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챔피언 폴 로리는 나흘 동안 6오버파 290타를 쳤고,타이거 우즈는 10오버파 294타를 기록하고도 공동 7위에 올랐다.

필 미켈슨은 79-76타를 친 끝에 커트탈락하자 "오지 말았어야 했다"며 탄식했고,비제이 싱은 77-84타를 기록한뒤 보따리를 쌌다.

당시 19세였던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첫날 89타를 친 뒤 눈물을 펑펑 쏟은 얘기는 유명하다.

첫날 80타 이상 친 선수는 전체의 3분의 1을 넘는 57명이나 됐다.

8년 전 평균 스코어가 78.31타에 이르러 선수들에게 원성을 샀던 카누스티GL은 올해 대회를 위해 전장을 60야드 늘리고 난도를 높여 '세계 최고의 난코스'로 변모했다.

연습 라운드를 해본 선수들은 코스뿐 아니라 강풍-폭우-폭염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변덕스런 날씨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특히 방향을 종잡을 수 없이 불어오는 바람은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첫 연습날 4번홀(412야드)에서 4번아이언 티샷에 7번아이언으로 그린에 볼을 올렸던 찰스 하웰3세는 다음날엔 드라이버와 3번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해야만 했다.

우즈는 14번홀(514야드)에서 128야드를 남기고 4번아이언으로 친 세 번째샷이 그린에 미치지 못하자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었다.

폭탄맞은 자국처럼 푹 파인 벙커도 위협적이다.

17일 양용은 이동환과 함께 연습라운드를 한 최경주는 "티샷이 벙커에 빠지면 OB와 같다고 생각하라"며 이동환에게 조언했다.

코스가 어렵다보니 톱랭커들의 성적도 예측불허다.

그래서 그런지 폴 로리(99년),벤 커티스(2003년),토드 해밀턴(2004년) 등 예상밖의 선수들이 우승컵을 안곤 했다.

'죽음의 코스'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