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공연] 활활 타는 몸짓ㆍ가창력에 '감동 섀도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고(故) 차범석 선생은 그의 대표작 '산불'에서 인간의 원초적인 성욕마저 차단하는 전쟁의 폭압성을 보여줬다.
6·25전쟁 당시 남자들이 모두 전쟁에 끌려가고 여자들만 남은 마을에서 점례와 사월은 탈영한 빨치산 규복을 숨겨주는 대신 그에게서 성적 욕망을 해결하다 파국을 맞는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댄싱 섀도우'는 원작 '산불'의 이런 줄거리를 충실히 따라간다.
다만 '산불'에서 남한군과 북한군에게 각자 집안의 남자를 빼앗긴 점례와 사월의 갈등 구조는 숲을 지키려는 나쉬탈라와 이를 이용해 한몫 벌려는 신다의 대립으로 치환됐다.
전쟁도 남북이 아닌 태양군과 달군의 대립,마을 또한 실재하지 않는 콘스탄자로 바뀌었다.
'댄싱 섀도우'의 상징성은 원작보다 강하다.
'산불'에서 숲은 단순히 빨치산 규복을 숨겨주는 장소에 불과하지만 '댄싱 섀도우'에서는 반드시 수호해야 할 성역으로 설정됐다.
따라서 극의 결말에 군인들이 숲을 불태우는 장면은 '산불'보다 더 극적이다.
원작과 달리 아이를 가진 신다가 살아남아 새로운 희망을 갖는 결말도 이 때문에 더욱 의미심장하다.
캐릭터들의 감정선도 격렬해졌다.
나무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나쉬탈라는 '산불'의 점례보다 진취적이며,남자의 손길을 원하는 신다의 욕망은 사월보다 처절하다.
이 둘을 연기한 김보경과 배해선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힘있는 가창력은 극의 카타르시스에 힘을 더한다.
'산불'의 규복과 같은 솔로몬 역의 신성록도 향상된 연기실력을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음악과 무대 디자인도 그동안의 창작뮤지컬에 대한 편견을 씻을 만하다.
김보경이 부르는 '그림자와 춤을'의 짙은 서정성 또한 가슴에 와닿는다.
나무의 정령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도 숲의 신비감을 더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마을과 숲의 무대가 전환될 때,이동식 무대장치로 설치된 집을 여자들이 끌고 나오고 들어가는 장면은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내 극의 흐름을 깬다.
나쉬탈라와 솔로몬의 성애를 격렬한 춤동작으로 표현한 장면도 산만하다.
신성록과 김보경이 각자 연기에서는 뛰어난 기량을 보이지만,이 장면에서는 키 차이가 너무 나 연인이 아닌 어른과 아이 같다.
내달 30일까지.1588-7890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6·25전쟁 당시 남자들이 모두 전쟁에 끌려가고 여자들만 남은 마을에서 점례와 사월은 탈영한 빨치산 규복을 숨겨주는 대신 그에게서 성적 욕망을 해결하다 파국을 맞는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댄싱 섀도우'는 원작 '산불'의 이런 줄거리를 충실히 따라간다.
다만 '산불'에서 남한군과 북한군에게 각자 집안의 남자를 빼앗긴 점례와 사월의 갈등 구조는 숲을 지키려는 나쉬탈라와 이를 이용해 한몫 벌려는 신다의 대립으로 치환됐다.
전쟁도 남북이 아닌 태양군과 달군의 대립,마을 또한 실재하지 않는 콘스탄자로 바뀌었다.
'댄싱 섀도우'의 상징성은 원작보다 강하다.
'산불'에서 숲은 단순히 빨치산 규복을 숨겨주는 장소에 불과하지만 '댄싱 섀도우'에서는 반드시 수호해야 할 성역으로 설정됐다.
따라서 극의 결말에 군인들이 숲을 불태우는 장면은 '산불'보다 더 극적이다.
원작과 달리 아이를 가진 신다가 살아남아 새로운 희망을 갖는 결말도 이 때문에 더욱 의미심장하다.
캐릭터들의 감정선도 격렬해졌다.
나무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나쉬탈라는 '산불'의 점례보다 진취적이며,남자의 손길을 원하는 신다의 욕망은 사월보다 처절하다.
이 둘을 연기한 김보경과 배해선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힘있는 가창력은 극의 카타르시스에 힘을 더한다.
'산불'의 규복과 같은 솔로몬 역의 신성록도 향상된 연기실력을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음악과 무대 디자인도 그동안의 창작뮤지컬에 대한 편견을 씻을 만하다.
김보경이 부르는 '그림자와 춤을'의 짙은 서정성 또한 가슴에 와닿는다.
나무의 정령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도 숲의 신비감을 더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마을과 숲의 무대가 전환될 때,이동식 무대장치로 설치된 집을 여자들이 끌고 나오고 들어가는 장면은 관객들의 실소를 자아내 극의 흐름을 깬다.
나쉬탈라와 솔로몬의 성애를 격렬한 춤동작으로 표현한 장면도 산만하다.
신성록과 김보경이 각자 연기에서는 뛰어난 기량을 보이지만,이 장면에서는 키 차이가 너무 나 연인이 아닌 어른과 아이 같다.
내달 30일까지.1588-7890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