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 우리은행장 "동료 행장에 전화로 경영비결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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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춘 우리은행장이 동료 시중은행장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은행 경영과 관련한 자문을 구하고 있어 화제다. 은행 간 경쟁이 워낙 치열한 데다 공식적인 행사 외에는 은행장 간 접촉이 많지 않았던 점에 비춰 박 행장의 행보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은행 경영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의 국회 통과로 은행업계에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은행장들 간 원활한 소통은 은행업 공통의 고민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당 경쟁으로 인한 대출 쏠림 현상이 해소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박 행장이 가장 잦은 통화를 하는 동료 행장은 강정원 국민은행장. 박 행장은 "은행장에 취임한 3월부터 최소 이틀에 한 번 꼴로,많을 때는 하루에 서너 번 이상 강 행장과 통화를 하고 있다"며 "주로 자통법과 해외진출 등 공동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 행장이 서울은행장으로 취임한 2000년 당시 박 행장은 서울보증보험 사장이었다. 두 사람 모두 부실 금융회사의 수장으로 국정감사 증인석에 함께 섰고 두 회사의 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와 부실채권 정리 업무 등을 함께 하며 가까워졌다고 한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와도 전화로 경영 현안에 대해 수시로 논의한다. 올초까지만 해도 LG카드 채권단인 산은 총재와 LG카드 사장이라는 '갑을 관계'였던 두 사람은 이제는 은행 수장으로서 '투자은행(IB)' 역량 강화를 함께 고민 중이다.
박 행장은 "IB업무에서 산은의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김 총재로부터 유익한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옛 한미은행장을 지낸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국제 금융과 외국 은행 동향에 대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박 행장은 서울보증보험 사장 시절 한미은행의 카드 보증과 부실채권 정리 업무를 하며 하 행장과 교분을 쌓았다.
은행업계에서 우리은행과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은행의 신상훈 행장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와 신한은 서로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앙숙 관계였다. 하지만 박 행장은 취임 후 "LG카드 인수전 때 신한은행의 기업문화가 참 부러웠다"며 신한의 경쟁력을 본받을 것을 임직원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그런 영향에선지 신 행장도 박 행장의 전화를 스스럼없이 받을 정도가 됐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두 사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자통법 발효 이후에 은행이 가야 할 방향 등을 상당히 깊이 있게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격이 괄괄하고 호탕한 박 행장이 전화교류를 통해 은행장 간 보이지 않았던 벽을 조금씩 허물자 모든 은행장들이 각종 행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행장들 간 분위기가 좋아졌다.
박 행장은 "최근 들어 국제 비즈니스 및 IB사업 강화 등 대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혜를 교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만큼 앞으로 은행장 간 교류가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일각에서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은행 경영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의 국회 통과로 은행업계에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은행장들 간 원활한 소통은 은행업 공통의 고민을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당 경쟁으로 인한 대출 쏠림 현상이 해소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박 행장이 가장 잦은 통화를 하는 동료 행장은 강정원 국민은행장. 박 행장은 "은행장에 취임한 3월부터 최소 이틀에 한 번 꼴로,많을 때는 하루에 서너 번 이상 강 행장과 통화를 하고 있다"며 "주로 자통법과 해외진출 등 공동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 행장이 서울은행장으로 취임한 2000년 당시 박 행장은 서울보증보험 사장이었다. 두 사람 모두 부실 금융회사의 수장으로 국정감사 증인석에 함께 섰고 두 회사의 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와 부실채권 정리 업무 등을 함께 하며 가까워졌다고 한다.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와도 전화로 경영 현안에 대해 수시로 논의한다. 올초까지만 해도 LG카드 채권단인 산은 총재와 LG카드 사장이라는 '갑을 관계'였던 두 사람은 이제는 은행 수장으로서 '투자은행(IB)' 역량 강화를 함께 고민 중이다.
박 행장은 "IB업무에서 산은의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김 총재로부터 유익한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옛 한미은행장을 지낸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국제 금융과 외국 은행 동향에 대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박 행장은 서울보증보험 사장 시절 한미은행의 카드 보증과 부실채권 정리 업무를 하며 하 행장과 교분을 쌓았다.
은행업계에서 우리은행과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은행의 신상훈 행장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와 신한은 서로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앙숙 관계였다. 하지만 박 행장은 취임 후 "LG카드 인수전 때 신한은행의 기업문화가 참 부러웠다"며 신한의 경쟁력을 본받을 것을 임직원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그런 영향에선지 신 행장도 박 행장의 전화를 스스럼없이 받을 정도가 됐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두 사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자통법 발효 이후에 은행이 가야 할 방향 등을 상당히 깊이 있게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격이 괄괄하고 호탕한 박 행장이 전화교류를 통해 은행장 간 보이지 않았던 벽을 조금씩 허물자 모든 은행장들이 각종 행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행장들 간 분위기가 좋아졌다.
박 행장은 "최근 들어 국제 비즈니스 및 IB사업 강화 등 대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혜를 교환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만큼 앞으로 은행장 간 교류가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