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확장 中업체 본격생산 … 수주전 가격경쟁 격화될듯

"내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 조선업계에 상당한 규모의 초과공급이 발생해 업체 간 수주경쟁이 격화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한국 조선산업을 크게 위협하게 될 것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한국공학한림원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최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조선산업의 경쟁력,지속 가능한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마당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홍 위원에 따르면 한국이 일본을 추월해 세계 1위 조선국의 입지를 굳힌 2002년 이후 세계 조선시장은 대규모 초과 수요가 존재했다.

선주가 선박을 건조해 줄 조선소를 찾아다니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기간에는 가격 경쟁력이 각국 조선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게 홍 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조선·해운산업 국제 전망 기관인 MSI의 전망을 인용,내년부터 2011년까지는 세계 조선업계에 상당 규모의 초과 공급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정부의 전략적 지원을 업고 대규모 시설투자에 나선 중국 조선업체들이 내년부터 본격 생산에 나서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몇 년간은 공급과잉으로 세계 조선시장에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아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된 원화강세 탓에 한국이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가격 경쟁력도 갈수록 소멸하고 있다.

특히 한·일 양국의 조선업계 인건비(대기업 정규직 기준) 수준이 비슷해져 가격 경쟁력으로 차별화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홍 위원은 또 "한국과 중국 간 기술 격차가 갈수록 좁혀질 것이란 점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조선산업의 기술경쟁력은 현재 한국의 약 70%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최근 중국업체들이 한국과 일본에서 적용하고 있는 첨단 공법을 채용할 수 있도록 신설비를 확충하고 있어 컨테이너선이나 LNG선 등 고부가가치선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조만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홍 위원은 전망했다.

이 영향으로 2010년이면 중국의 조선 기술은 설계기술과 생산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80%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홍 위원은 특히 양대 국영 조선그룹이 관장하는 중국 조선산업의 구조를 감안할 때 이들 조선소와 여타 조선소 간의 기술공유가 이뤄지면 기술 경쟁력 제고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