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다.

의상 콘테스트에 내보내면서 멋진 턱시도를 입히는가 하면,장애견들에게 주문 제작한 횔체어를 태우고,심지어는 불편한 다리를 수술한 뒤 의족을 달아 주기도 한다.

이만하면 사람이나 진배없다.

한발 더 나아가 요즘은 애완동물과 대화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animal communicator)가 인기다.

동물들의 감정과 심리를 짚어내기 때문이다.

갑자기 성격이 거칠어지고 말썽을 부린다면 새로 깐 마룻바닥이 미끄럽다는 등 분명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동물애호가들은 자신들이 키우는 동물들이 행복한지,또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지를 가장 궁금해 하는 까닭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찾는다고 한다.

이제는 애완동물이라는 호칭 대신 아예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 부르기도 한다.

장난감이란 뜻의 '애완'은 일방적인 의미여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과 동물은 서로 사랑을 주고 받으며 동등하게 살아가는 사이여서 배우자처럼 반려자라는 말을 써야 옳다는 주장인데 동물행동학자로 노벨상 수상자인 콘라드 로렌츠 박사가 제안했다.

급기야 애완동물이 미국 대선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유력 대선후보들은 국민들의 대다수가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는 점을 감안,이를 통해 유권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려 다투어 나서고 있어서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존 매케인 상원의원,존 애드워드 상원의원 등은 최소한 강아지 한 마리쯤은 키우고 있으며,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백악관에 입성하면 딸에게 강아지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후보들 간의 이런 경쟁을 두고 '애완동물 정치학'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비록 물질적인 풍요는 누리고 있지만 사람의 성정(性情)이 거칠어지면서 애완동물이 더욱 사랑을 받는 것 같다.

경쟁속에서 싸워야 하고,상대를 속이기 위해 좀체 속내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게 우리네 사회생활이다.

이같이 야박한 마음을,천성 그대로인 동물이 촉촉히 채워주고 있으니 '사랑한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