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압박에 정부 "車관세 7년내 폐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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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에서 EU가 자동차(7년) LCD-TV 농수산물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한 모든 상품의 관세를 3년 이내에 없애겠다는 개방 계획을 제시하며 한국에 같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했다.
EU는 한국이 상품 양허안(개방안)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 같은 개방 계획을 후퇴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자동차 관세 철폐를 당초 제시한 7년에서 축소하는 등 양허안 수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한수 한·EU FTA 한국 수석대표는 16일(현지시간)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차 협상 첫날 브리핑에서 "EU가 우리 측 상품양허안에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며 "한국이 다음 협상까지 상품양허안을 개선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양허 내용을 후퇴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2차 협상 시작에 앞서 EU는 자동차와 일부 농수산물,LCD-TV 등 일부 전자제품은 5~7년,나머지 상품은 3년 내 관세를 없애는 양허안을 제시했다.
이는 한·미 FTA에서 3년 내 관세 철폐 비율이 94%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이다.
그러나 한국은 쌀은 제외했으며 돼지고기 등 20여가지 농산물은 10년 이상,기계·화학제품은 10년간 관세를 없애겠다는 보수적 개방안을 내놨다.
김 단장은 이와 관련,"양측의 양허 시기가 7년으로 같은 자동차에 대해 양허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국내 부처 간에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빨리 관세를 철폐하면 이득도 커지지만 부담도 커지는 만큼 어디에 중점을 둘지는 주무 부처(산업자원부)의 1차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가 EU에 자동차 관세 철폐 단축을 요구하면 EU의 상품 양허는 사실상 100%가 5년 이내가 되고 이렇게 되면 EU가 다시 우리에게 (같은 수준의) 상품양허안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EU가 경쟁력을 가진 기계 정밀화학 품목을 포함한 공산품 모두를 5년 내 철폐로 맞춰야 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다만 한국이 자동차 관세 철폐를 앞당겨도 EU가 따라올지는 의문이다.
EU는 자국의 자동차 관세 철폐(7년)를 한국의 비관세장벽 철폐와 연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EU가 유엔 경제위원회(ECE)의 자동차 기준 120개 중 102개를 도입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가 수반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혀 진통을 예고했다.
또 EU도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한국 차에 대해 적용을 늦춰 달라'는 한국의 요구에 대해선 "한국만 예외로 하는 것은 문제"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국은 이날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산 인정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EU는 정치적인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 대표는 "EU는 9월 협상 이후 전체 협상의 흐름을 봐서 자신들의 외교 당국과 거론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EU의 동물복지개념 인정 요구에 대해선 "규제 차원이 아니라 전문가 교류 등 협력 차원에서 제기한 것으로 개고기 등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그는 말했다.
브뤼셀=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