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제헌절인 17일 내각제 도입 등 또다시 개헌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임채정 국회의장의 초청으로 이날 예정된 노 대통령과 3부 요인,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헌법기관장들 간의 만찬 회동이 돌연 취소돼 주목을 끌었다.

특히 만찬 취소는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고현철 중앙선관위원장이 최근 노 대통령이 선거법상 중립의무와 관련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따른 민감한 상황을 의식해 불참 의사를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임 의장 측은 이에 따라 이날 오전 노 대통령에게 참석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으며 청와대는 이를 받아들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선관위원장과 헌재소장의 경우 각각 노 대통령이 제기한 공직선거법 헌법소원 사건의 당사자와 주무기관장이라는 점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찬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정경환 국회의장 공보수석도 "국회의장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통령을 모시는 것이 결례가 될 것 같다는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면서 "추후에 만찬 날짜를 따로 잡을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우리 헌정제도,다시 손질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현행 헌법의 전면적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관련,"무책임한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국회의원 임기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 것으로 축소하거나,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도록 조항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대통령 특별사면권에 대해서는 "정치적 시비와 갈등의 소지가 된다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사면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거나 차제에 헌법을 개정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결선투표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며 "국민 과반의 지지를 얻는 대통령을 선출하여 국민적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선진적인 제도"라고 강조했다.

내각제에 대해선 "정당 책임정치를 구현하고,정부와 의회의 갈등을 최소화해 정치적 통합성을 확보하기가 용이하다"며 전향적 검토를 요청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대통령이 제헌절을 맞아 평소의 생각을 정리한 문제제기 차원이라며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심기/강동균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