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들이 이른바 '굴뚝 없는 공장'으로 불리는 대형 물류센터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사무용 건물 투자에 주력했던 해외펀드들은 기업들의 물류 수요가 많은 경기 용인 안성 이천 광주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물류센터를 속속 매입하고 있다.

여기에는 해외 물류창고 전문 디벨로퍼와 국내 기관투자가들까지 가세하고 있어 향후 인수 경쟁이 더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 1만평 이상의 대형 물류창고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인·허가가 까다롭고 대규모 창고를 지을 만한 부지도 별로 없어 33만~66만㎡(10만~20만평)짜리 물류단지를 개발,선점할 경우 투자수익은 물론 국내 민간 물류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희 BHP코리아 팀장은 "1~2년 전부터 일부 틈새 투자 대상으로 간간이 거래되던 물류창고가 작년부터 유망 수익형 투자 상품으로 급부상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물류센터는 유망 수익형 부동산

외국계 펀드 가운데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은 싱가포르계 펀드들이다.

펀드 두곳서 이미 1523억원을 투자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 아남타워 등에 투자했던 아센다스는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경기 광주시 데코(1만6641㎡·5034평) 이천시 마장면 코리아2000(4만397㎡·1만2220평) 등을 인수했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를 매입했던 싱가포르계 알파 인베스트먼트도 경기 광주시 초월면 YK038(5623㎡·1701평) YK038 New(1만6562㎡·5010평) 안성시 방초리 에버게인(5만3789㎡·1만6271평) 등 세 곳을 매입했다.

최근 서울역 앞 대우빌딩 입찰에 참여했던 미국계 아라 인베스트먼트와 함께 라쌀 인베스트먼트 등도 투자 대상 물류창고를 물색하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로는 삼성생명이 한발 빠른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이천시 마장면 우리물류(2만5160㎡·7611평)와 효명(1만684㎡·3232평) 등을 인수했다.

◆물류창고 투자수익률 높아

해외펀드가 대형 물류창고에 주목하는 이유는 짧게는 5년,길게는 10~20년 이상 안정된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땅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무용 건물은 이제 가격이 크게 올라 5%의 투자수익률을 올리기도 벅차다는 점도 원인이다.

실제 대우센터 빌딩 등 일부 건물은 조달 금리를 감안하면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가까워 시세차익만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형석 맵스자산운용 상무는 "물류창고는 현재 연평균 7.5~8.5%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 땅값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채권 수익률(국고채 3년물 연 5.42%)의 두 배 수준인 연 10%를 훨씬 웃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물류창고는 유망한 투자상품이라는 점이 이미 검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도권의 대형 물류창고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물류지원단이 지난 5월 전국 706개 물류창고를 대상으로 표본조사한 '전국 영업용 물류센터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용 물류센터는 대부분 수도권(475개사,67.3%)에 분포돼 있으나 연면적 1300~1700㎡(400~500평) 수준의 영세창고가 절반이 넘는다.


물류전문 컨설팅업체 TL코리아의 정상규 부장은 "지금은 제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물류산업이 채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류산업 발전에 발맞춰 물류업계도 가파르게 대형화·선진화되는 쪽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물류전문 디벨로퍼도 등장

이 같은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최근에는 물류개발 전문 디벨로퍼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다국적 물류단지 개발업체 프로로지스(미국)는 작년 2월 경기 이천시 덕평리 스카이물류(1만3309㎡·4026평)를 124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이천·덕평 등에 약 15만㎡ 규모의 물류센터 부지를 매입,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계인 AMB도 최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약 4만㎡ 규모의 항공물류 단지를 착공했다.

강지헌 ABM 코리아 대표는 "물류기업이 거점으로 활용할 만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3만3000㎡ 이상의 물류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추가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