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과 강남권 일부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소형주택 66∼95㎡(20∼29평형)의 전세 물량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신혼부부와 젊은층이 주로 찾는 소형 아파트는 전세 물량이 거의 없어 전셋값이 뛰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소형아파트와 중대형 아파트의 전셋값이 비슷하게 형성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소형 전세물량 부족

17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성북구·중랑구 일대 일부 단지 66~95㎡의 아파트 전세 상한가와 132∼161㎡(40평형대) 전세 하한가가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동작구 신대방동 경남아너스빌 95㎡(29평)의 전셋값은 보통 1억9000만원이며 로열층은 2억원 정도다.

반면 132㎡의 비로열층 전셋값은 2억~2억1000만원 선에 형성되고 있다.

매매가는 132㎡가 5억2000만원,95㎡가 4억원으로 1억2000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에 비하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현지 S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찾는 손님들 대부분이 신혼부부나 젊은층으로 66∼95㎡를 원한다"며 "찾는 사람은 많은데 물량이 달리다보니 소형 전세 가격이 계속 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9호선 지하철과 경전철 개통이 예정돼 있어 전세 매수세가 더 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전철이 들어설 예정인 성북구나 중랑구도 소형과 중대형 주택 간 전세가격 격차가 크지 않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푸르지오 109㎡(33평)는 지난주 1억6500만원에 전세가 나갔다.

반면 76㎡(23평) A타입의 전셋값은 1억5500만원이다.

33㎡(10평)가량 주택 면적이 좁은 데도 가격은 100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셈이다.

중랑구 면목동 삼익아파트도 76㎡(23평) 로열층의 전셋값과 109㎡의 비로열층 전셋값이 1억2000만원으로 똑같다.

◆아예 넓은 집을 고르기도

이처럼 주택 크기 간 전셋값 차이가 적다 보니 소형 전세아파트를 찾다가 중대형 아파트를 계약하는 사례가 종종 생기고 있다.

직장과 가까운 동작구에서 집을 구하던 최모씨(34)는 이달 초 1억8000만원을 호가하던 79㎡(24평)아파트 전세를 찾았으나 나온 물건이 동나는 바람에 계약을 하지 못하고 132㎡(40평) 아파트를 전세 계약했다.

본동 신동아 아파트 109㎡가 전셋값 2억~2억1000만원에 나왔으나 1억9000만원의 급매로 나온 132㎡ 아파트를 전세 계약했다.

최씨는 "대형 주택이어서 관리비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전세로 살거면 한번 큰집에서 살아보자는 생각에 덜컥 계약했다"고 털어놓았다.

이곳은 지하철 1호선과 7호선을 이용하기가 다소 애매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중대형 아파트의 전셋값이 싸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 해밀컨설팅의 황용천 사장은 "소형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들은 많으나 물량이 적어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라며 "전반적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추세여서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인기지역에서는 당분간 소형 주택을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