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그대로 내고 덜 받는 개혁'의 결과로 시중 개인연금상품보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2류 노후보장상품'으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의 노후보장상품'이라고 강조해 온 정부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특히 앞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할 고소득자들은 겨우 '낸 만큼만 타 가는' 경우가 생기고,보험료율까지 올리게 되면 '낸 만큼도 못 타가게'될 가능성까지 있어 향후 국민연금을 둘러싼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질 전망이다.

◆고소득자 겨우 '낸 만큼만…'

한국경제신문이 18일 국민연금연구원과 민간 보험회사의 연금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지난 3일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연금과 민간 개인연금과의 수익비(연금보험료 총액과 향후 받을 연금수령액 총합 간 배수)가 일부 소득계층에서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도입(1988년) 초기 가입한 1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은 이번 법 개정에도 불구,낸 보험료보다 연금을 최소 2배 이상 탈 수 있지만 가입 기간이 10년 안팎인 월소득 300만원 이상 가입자들의 수익비가 개인연금에 비해 크게 뒤지게 된 것이다. 예컨대 1999년 이후 가입한 300만원 이상 소득자의 경우 그동안은 낸 돈보다 최소 1.5배의 연금을 받을 수 있었으나 내년 이후 연금 지급률이 단계적으로 떨어지면서 최소 보장 수익비가 1.2배로 뚝 떨어졌다.

수익비 1.2배는 낸 보험료보다 나중에 20%(원리금 기준)를 더 준다는 뜻이다. 보험료를 최소 10년간 내고 연금은 60세에서 우리나라 평균수명인 77세까지 18년간 나눠 받는다는 전제 아래 계산한 결과다. 특히 연금 소득대체율이 40%로 떨어지는 2028년 이후 가입할 360만원 이상 고소득자들의 경우는 수익비가 1.1~1.2배로 떨어져 겨우 '낸 만큼만 받아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 보험사 웰스매니저(자산관리사)는 "앞으로 국민연금이 재정안정화 차원에서 보험료율까지 올리게 될 경우 낸 만큼도 못받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연금과 수익비 역전

반면 보험료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시중 변액연금상품의 경우는 최근 연환산 수익률이 10~20%에 달해 보험료와 가입기간,연금액 수령기간이 똑같은 국민연금보다 수익비가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K생명의 주식혼합형 변액연금보험은 2002년 7월 설정 후 5년간 연 환산 수익률이 10.07%인데,이 상품에 300만원 소득자가 국민연금에 들어가는 보험료를 30년 동안 붓는다면 수익비가 2.2배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부터 국민연금에 똑같은 돈을 부어 받게 될 수익비(1.4배)와 크게 대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타 가는' 구조여서 수익비가 적어도 2배,최대 25배에 달할 정도였다"며 "때문에 이를 따라잡을 개인연금이 없었는데 이번 연금개혁으로 일부 소득계층에서 위상이 뒤바뀐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래도 국민연금?

정부와 국민연금의 입장은 조심스럽다. 한 관계자는 "연금개혁으로 '더 내고 덜 받게'는 구조가 돼서 소득계층의 일부 구간에서 개인연금과 수익비가 역전되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아직은 국민연금이 전 소득계층에게 낸 것보다 더 많이 주고 있고 여러가지 혜택이 있어 개인연금보다 나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직장인들은 보험료 9% 중 절반을 회사에서 대주기 때문에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개인연금과 비교가 안될 뿐 아니라 국민연금은 죽을 때까지 연금을 주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오래살수록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원 측은 또 국민연금은 별도의 특약 보험료없이 가입 중 장애나 사망에 대해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을 지급하며,군복무 크레디트나 출산크레디트 등 개인연금에는 없는 다양한 추가 혜택이 많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