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비판하고 싶을 땐 세상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명심해라.아버지의 이런 충고로 인해 나는 모든 일에 판단을 유보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녀석들이 찾아와 속마음을 털어놓곤 했다.

정치적이란 비난도 있었지만 주로 관대하다는 평을 받았다."

"중국적 교양의 본질은 세 가지다.

말과 감정을 감출 것.신사답게 거짓말을 할 것.자신과 친구의 거짓말을 유머감각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정신적 평정을 보여줄 것.나는 고통스런 세상살이를 통해 이를 터득했고 그 결과 작은 원망도 나타내지 않고 모욕도 당당하게 받아들임으로써 덕망을 얻었다."

위의 것은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뒤의 것은 중국 작가 임어당(林語堂,1895∼1976)의 산문집 '중국인의 지혜'에 나오는 내용이다.

동서양 어디에서나 즉각적 반응을 자제하고 감정을 조절,온화하거나 덤덤한 얼굴로 속내를 감추면 '사람 좋다' 내지 '인품이 뛰어나다'라는 말을 듣는다는 얘기다.

표정 관리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리상태를 들키지 않아야 하는 협상이나 골프,포커같은 게임에선 말할 것도 없고 일상생활에서도 속마음을 숨겨야 하는 수가 많은 까닭이다.

난처한 지경에 처한 윗사람이나 동료를 보고 무심코 웃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도의 표적이 되는 일도 있다.

문제는 잘해야 하는 줄 알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직장인들의 95.9%가 직장생활에서 표정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64.4%가 표정관리 부족으로 손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는 한 포털사이트의 조사 결과는 표정 관리가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가 되려면 표정 관리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지우는 게 먼저다. 무슨 일이건 억지로 하면 표시가 나게 마련이다.

싫은 것도 괜찮은 척 하자면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억지로'가 아닌 '자발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매사에 판단을 유보하고 다소 무심해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