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대ㆍ기아차-1부 해외주력시장 긴급 점검] (1) 중국(上) 中 토종업체 반격에 끼여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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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ㆍ도요타 가격할인 공세에 밀리고
중국 상하이 도심에서 서쪽으로 30분 차를 달려 도착한 쩐난루(眞南路) 일대.고층 빌딩 하나 없어 한적해 보이는 이 곳에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도요타 혼다 푸조 GM 폭스바겐 등 20여개의 자동차 판매대리점이 밀집해 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경쟁의 중심지인 셈이다.
여기서 만난 현대·기아차는 GM 폭스바겐 도요타엔 브랜드 파워에서 밀려 고전 중이었고,중국 토종업체들로부터는 할인 공세에 시달리고 있었다.
◆중간에 낀 현대·기아차
광저우도요타 매장직원 위안링페이씨는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고객인 척 매장 안으로 들어가 전시된 차량(캠리,2362cc)을 살펴봐도 물끄러미 바라만 볼 뿐이다.
"능력있으면 사라"는 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격표엔 캠리 1대 가격이 26만9000위안(3228만원)으로 적혀 있다.
괜찮은 직장의 샐러리맨이라도 연봉(6만위안·720만원)을 4년 이상 모아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그는 말을 건네자 "재고는 한 대도 없고 할인은 안 된다"며 "쏘나타는 캠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이 매장에선 캠리를 한 달에 200대가량 판다.
상하이에 있는 6개 딜러점이 모두 월 평균 200대 정도 판매한다.
근처 푸조 매장이 월 평균 200대를 판매,지난해 푸조 대리점 중 중국 내 판매 1위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캠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인근의 이치도요타 매장에 들어서자 지난달 출시된 신차 코롤라가 고객들을 맞는다.
현재는 주문만 받고 있으며,9월부터 고객들에게 인도한다고 한다.
1600cc 모델의 가격(수동기준)은 13만2800위안(1593만6000원).판매사원인 루쥔씨는 "솔직히 말해 엘란트라나 쎄라토는 경쟁차량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합작공장이 있는 베이징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베이징의 번화가인 차오양구 바이즈완루에 자리잡은 상하이폭스바겐 대리점의 여직원 두웨이씨는 현대차에 대해 묻자 웃으면서 "하이싱(還行)"이라고 했다.
중국인들이 의례적으로 내뱉는 말로 "그저 그렇다"는 뜻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출시 초기만 해도 엘란트라나 쏘나타가 고급모델이었지만 경쟁사들이 신차를 쏟아내면서 이미지가 약화된 상태"라고 힘없이 말했다.
◆쏟아지는 신차
올 상반기 중국에 쏟아진 신차는 총 20개.한 달에 3.3개꼴이다.
작년에도 42개의 신모델이 선보였다.
그야말로 자동차 판매의 '올림픽 경기장'이다.
상반기에 나온 신차 가운데서도 현대·기아차의 주력인 엘란트라 및 쎄라토와 경쟁하는 준중형급 모델(C세그먼트)이 혼다 시빅을 비롯해 6개에 달한다.
중형차인 쏘나타와 옵티마 경쟁차량(D세그먼트)도 6개가 선보였다.
둥펑웨다기아차 정순원 부장(마케팅담당)은 "2002년 이후 매년 30~50개의 신모델이 출시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C~D세그먼트급의 신차가 가장 많이 나와 현대·기아차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GM 브랜드 단 GM대우와도 경쟁
상하이 전난루의 푸조 대리점에서 일하는 핑청야오씨는 "앞으로 차를 산다면 시보레 브랜드를 구입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상하이GM이 만드는 브랜드라 친숙하고 AS도 잘돼 편리하다"며 "시보레 브랜드의 차량들이 GM대우의 제품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했다.
둥펑웨다기아차 딜러인 차오웨이 사장은 "상하이폭스바겐이나 도요타 등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한 쎄라토와 엘란트라는 엑셀르 등 같은 한국차나 중국 토종브랜드들과 경쟁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가 브랜드나 가격 모든 면에서 중간에 낀 형국이 돼 갈수록 경쟁이 벅찰 것"이라고 걱정했다.
상하이.베이징=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