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의류와 액세서리 박람회인 '홍콩패션위크'가 최근 홍콩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렸다.

1100개사가 참가하고 2만여명의 바이어가 찾은 이번 박람회에서 한국의 패션 디자인은 크게 주목받았다.

그러나 행사장에서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뜻밖에도 패션이 아닌 홍콩의 정보기술(IT) 경쟁력이었다.

행사 첫날 컨벤션전시센터를 운영하는 홍콩무역발전국의 클레어 웡씨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온 20여명의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겸한 안내를 시작했다.

기자들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전시회장이 아닌 인터넷 검색대였다.

웡씨는 이 곳에서 홍콩무역발전국에서 개발한 검색(소싱)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홍콩·중국·대만에서 생산하는 의류·전자제품 등 25만여 가지 제품을 32개의 큰 카테고리로 분류,검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중국계 패션업체들의 경우 부스번호와 함께 상품 사진과 설명까지 들어있었다.

웡씨는 "니트류·청바지류 등 구체적인 종류별 검색이 가능해 바이어들이 넓은 박람회장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기 쉽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무역과 금융의 도시 정도로 알려진 홍콩의 컨벤션전시센터가 갖춘 이런 IT프로그램은 'IT강국'소리를 듣는 한국의 전시장 현실과 크게 대비된다.

대형 박람회가 늘상 열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나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도 이처럼 상품을 종류별로 검색해 일목요연하게 부스번호까지 제시해 주는 프로그램은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홈페이지에 카테고리별 국내업체 목록이 등재돼 있지만 등록업체 수가 1만9000여곳에 불과하고 해외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수출실적 같은 정보는 나와 있지 않다.

특히 박람회를 주최하는 업체에서 개별적으로 홈페이지를 개설하다보니 행사가 끝나면 신경을 쓰지 않아 불통되는 일도 잦다.

자연히 행사 후 몇 달만 지나면 참가업체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홍콩컨벤션전시센터를 보면서 'IT강국'은 하드웨어적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이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적 응용프로그램에서 판가름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이상은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