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노조가 또다시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납득(納得)하기 어렵다.

기아차노조가 연일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GM대우도 새 주인을 맞은 후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하는 등 생산현장 분위기가 뒤숭숭하기 짝이 없다.

조만간 노사가 만날 예정인 현대차 역시 협상이 순조롭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우려가 더욱 크다.

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은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데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지 한심하기만 하다.

특히 기아차노조는 회사가 4분기 연속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본급 8.9% 인상은 물론 생계비 명목의 성과급 200% 지급까지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해 과연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장기고용을 보장하라며 '신차외주제작을 하지 말 것' 등 회사의 중장기 경영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주장까지 펴고 있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경쟁업체들에 비해 생산성이 뒤져도 한참 뒤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기아차가 차량 한 대를 조립하는 데 드는 인건비는 89만원에 달해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44만원)의 2배, 중국 기아차공장(5만8000원)의 14배에 이른다.

그런데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전환배치는 거부하고 임금인상과 고용보장만 부르짖는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기아차 노조만이 아니다.

지난 16일부터 부분파업에 나선 GM대우노조도 기본급 12만8805원 인상 및 성과급 400% 지급과 함께 생산물량이 해외로 이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중장기 계획을 제시할 것을 요구해 조속한 협상타결 여부가 지극히 불투명(不透明)하다.

여기에 자동차산업에 수혜를 가져올 게 분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정치파업까지 벌였던 강경노선의 현대차노조마저 가세한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이 얼마나 큰 타격을 입을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자동차노조는 세계적 메이커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한다.

독일 폭스바겐 노조는 임금상승 없는 근로시간 연장에 합의했고,내리막길을 달렸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도 다시금 노사화합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도요타가 50여년간의 무파업에 힘입어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선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과도한 요구와 습관적 파업은 이제는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