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오일달러' 전성시대…글로벌 투자 중심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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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다각화.외국인 투자 적극 유치
한때 경제적 불모지였던 중동이 세계 경제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아랍에미리트 시리아 이집트 등 중동 국가가 산업 다각화,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유례없는 글로벌 투자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폐쇄적이었던 중동이 세계 자본을 끌어들이게 된 직접적 계기는 막대한 오일달러다. 지난 5년간 중동 지역이 석유로 벌어들인 돈은 총 1조5000억달러. 중동 각국은 이를 기반으로 최근 3년간 5% 이상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1998~2002년 중동 국가들의 평균 성장률 3.7%보다 높을 뿐 아니라 여느 개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성장세다.
중동 경제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도 고유가로 활황세를 보였다.
하지만 당시 중동 국가들은 넘쳐나는 오일달러를 허황된 개발 프로젝트에 썼고,개인들은 유럽으로 건너가 돈을 쓰기에 급급했다.
반면 지금 이들은 정유산업 같은 전망 좋은 산업에 자금을 쏟고 장기적인 투자이익을 노린다. 중동 투자자들은 미국 맨해튼의 호텔에서 남아공의 부동산까지 세계를 움직이는 금융계의 큰손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폐쇄적이었던 중동 경제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지난 3월 카타르 텔레커뮤니케이션스가 쿠웨이트 국영 이동통신사의 지분 51%를 인수하는 등 기업들의 투자활동은 이미 국경을 넘나든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고,초고층 건물을 자랑하는 두바이는 다국적 기업들이 둥지를 튼 금융허브로 발전하고 있다.
보호주의 경제 정책을 고수하던 이집트 요르단 모로코 리비아 시리아도 다국적 기업 출신의 신세대를 각료로 기용,글로벌 투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투자를 방해하던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세율을 낮추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 부문의 민영화에도 속력을 내고 있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협력기구(IFC)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집트와 모로코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5년 전에 비해 열 배 이상 늘어났다. 중동지역의 아랍권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도 지난해 190억달러로 2001년의 40억달러에 비해 다섯 배 정도 증가했다.
터키가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까지 합하면 총금액은 400억달러로 늘어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투자되는 자금의 3분의 1이 중동 지역으로 집중되다보니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씨티그룹 등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도 중동 지역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중동의 이 같은 변화는 1990년대 저유가와 9·11테러가 기폭제가 됐다.
1990년대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내려가자 산유국들은 석유 수입에만 의존할 경우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9·11테러라는 위기상황은 본격적인 산업 다각화로 이어졌다. 중동 투자자들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 편중됐던 투자 포트폴리오를 중동과 여타 아시아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있다. 테러 여파로 걸프국에 대한 서구 사회의 반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또 있다.
중동에서는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인 3억명이 20세 이하다.
이들 세대가 성장하는 2020년까지 8000만명에서 1억명에 달하는 새 일자리가 필요할 전망이다. 이를 충족시키려면 중동은 지금보다 높은 연간 6~7%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석유 고갈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중동 국가들의 이 같은 변화는 절실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한때 경제적 불모지였던 중동이 세계 경제의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아랍에미리트 시리아 이집트 등 중동 국가가 산업 다각화,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유례없는 글로벌 투자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폐쇄적이었던 중동이 세계 자본을 끌어들이게 된 직접적 계기는 막대한 오일달러다. 지난 5년간 중동 지역이 석유로 벌어들인 돈은 총 1조5000억달러. 중동 각국은 이를 기반으로 최근 3년간 5% 이상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1998~2002년 중동 국가들의 평균 성장률 3.7%보다 높을 뿐 아니라 여느 개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성장세다.
중동 경제는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에도 고유가로 활황세를 보였다.
하지만 당시 중동 국가들은 넘쳐나는 오일달러를 허황된 개발 프로젝트에 썼고,개인들은 유럽으로 건너가 돈을 쓰기에 급급했다.
반면 지금 이들은 정유산업 같은 전망 좋은 산업에 자금을 쏟고 장기적인 투자이익을 노린다. 중동 투자자들은 미국 맨해튼의 호텔에서 남아공의 부동산까지 세계를 움직이는 금융계의 큰손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폐쇄적이었던 중동 경제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지난 3월 카타르 텔레커뮤니케이션스가 쿠웨이트 국영 이동통신사의 지분 51%를 인수하는 등 기업들의 투자활동은 이미 국경을 넘나든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고,초고층 건물을 자랑하는 두바이는 다국적 기업들이 둥지를 튼 금융허브로 발전하고 있다.
보호주의 경제 정책을 고수하던 이집트 요르단 모로코 리비아 시리아도 다국적 기업 출신의 신세대를 각료로 기용,글로벌 투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투자를 방해하던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세율을 낮추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 부문의 민영화에도 속력을 내고 있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협력기구(IFC)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집트와 모로코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5년 전에 비해 열 배 이상 늘어났다. 중동지역의 아랍권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도 지난해 190억달러로 2001년의 40억달러에 비해 다섯 배 정도 증가했다.
터키가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까지 합하면 총금액은 400억달러로 늘어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투자되는 자금의 3분의 1이 중동 지역으로 집중되다보니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씨티그룹 등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도 중동 지역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중동의 이 같은 변화는 1990년대 저유가와 9·11테러가 기폭제가 됐다.
1990년대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내려가자 산유국들은 석유 수입에만 의존할 경우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9·11테러라는 위기상황은 본격적인 산업 다각화로 이어졌다. 중동 투자자들은 최근 미국과 유럽에 편중됐던 투자 포트폴리오를 중동과 여타 아시아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있다. 테러 여파로 걸프국에 대한 서구 사회의 반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또 있다.
중동에서는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인 3억명이 20세 이하다.
이들 세대가 성장하는 2020년까지 8000만명에서 1억명에 달하는 새 일자리가 필요할 전망이다. 이를 충족시키려면 중동은 지금보다 높은 연간 6~7%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석유 고갈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중동 국가들의 이 같은 변화는 절실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