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구속 장기화로 경영 차질 현실화

의사결정 지연...해외 츠로젝트 표류


김승연 회장의 구속 장기화에 따른 한화그룹의 경영공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김 회장이 직접 챙기던 굵직한 사업들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다 대내외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20일 이 같은 불안 요인을 감안,하반기 목표를 대폭 하향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상반기에 비해 매출은 10%,세전이익은 1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당초 연간 26조원의 매출 목표를 24조원으로,이익목표는 1조원에서 9800억원 수준으로 줄인 것.

그룹 관계자는 "연초부터 김 회장의 주도하에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던 해외 사업이 차질을 빚어 부득이하게 경영목표를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속 초기에는 그 파급효과가 구체적으로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구속이 장기화되면서 이곳 저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열사별로 보면 한화건설은 5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건이 본계약 직전에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화건설은 연간 4조원의 수주를 목표로 했지만 해외부문에서 1조원 이상의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화석유화학의 경우 70억달러에 달하는 중동지역 석유화학 합작사업과 북미 석유화학 사업권 인수 프로젝트가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부재로 차질을 빚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반기에는 대만,중동 등지에서 대규모 증설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돼 공급과잉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화종합화학도 미국 산업용 첨단소재 업체 인수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화가 단독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었는데 김 회장의 구속으로 최종 의사결정이 지연돼 상대방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그룹은 현실로 다가온 경영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6일∼19일 3일 동안 제조,서비스,금융계열사로 나눠 금춘수 경영기획실장과 각사 대표이사들이 모인 가운데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으나 뚜렷한 대응방안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김 회장이 없으면 추진할 수 없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사실상 올스톱된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후문이다.

한화그룹은 일단 김 회장 부재에 따른 경영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직 분위기를 다잡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춘수 실장은 "각 대표이사들은 책임지고 회장 부재로 혹시 생길지 모르는 금융사고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근무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