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교수의 이슈경제학] 정치권 집토끼ㆍ산토끼論은 왜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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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행위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은 공공 선택 이론(public choice theory) 분야에서 중요한 주제로 취급되기 시작하였다.
원래 이 분야는 1950년대부터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는데 1986년 이 분야의 창시자인 제임스 뷰캐넌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커다란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 분야에서는 투표 행위와 다수결 원칙 등에 대한 연구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다수결에 근거한 투표 행위가 일종의 투표순환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매우 흥미롭다.
이제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A안 B안 C안에 대해 투표하는데 두 개씩 짝을 지어 투표한다고 하자.유권자는 갑 을 병 세 명이다.
그런데 이 세 유권자의 선호도를 조사해 보니 갑은 A>B>C의 순으로 나타나고 을은 B>C>A,병은 C>A>B로 선호도 순서가 나온다고 하자.(그림·여기서 중요한 것은 A안 B안 C안이 유권자별로 각각 1순위 2순위 3순위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안은 갑에게서는 1순위,을에게서는 3순위,병에게서는 2순위에 분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투표를 하는데 세 가지 안을 한 번에 모두 내지 않고 두 개씩 제시하여 투표한 후 가장 많이 1등을 한 안이 채택된다고 하자.우선 1차 투표는 A안과 B안에 대해 진행된다.
A와 B 두 개의 안을 놓고 투표할 때 갑은 당연히 A안에 표를 던지고 을은 B안에 표를 던진다.
문제는 병이다.
병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C안이 투표 대상에서 빠져 있음을 보고 다소 실망하지만 그러나 기권은 없다.
이 경우 병은 2순위가 A이고 3순위가 B이므로 두 개 중에서는 그래도 A가 낫다고 보고 A안에 표를 던진다.
결국 'A안과 B안의 대결에서는 A가 채택된다.'
A와 C의 대결은 어떨까.
갑은 A,병은 C안에 투표하는데 을에게는 C가 2순위이고 B가 3순위이므로 을은 C에 투표한다.
결국 'A와 C의 대결에서는 C가 채택된다.' 마지막으로 B안과 C안의 대결은 어떨까.
을은 B,병은 C에 투표하는데 갑은 B가 2순위,C가 3순위이므로 B에 투표한다.
따라서 'B와 C의 대결에서는 B가 채택된다.'
이를 정리해 보면 A와 B의 대결에서는 A가,A와 C의 대결에서는 C가,B와 C의 대결에서는 B가 채택되어 결국 모든 안이 골고루 한 번씩 채택된다.
그러나 결국 가장 많이 1등을 한 안은 없다.
두 개씩 투표하다 보니 모든 안이 한 번씩 1등을 하게 되어 이 기준을 가지고는 최선의 안을 골라내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이를 투표에 있어서 '사이클링 현상'이라 하며 다수결 투표가 가진 한계를 보여주는 모형이다. 그런데 이 모형을 조금 바꾸어 해석해 보면 세 그룹의 유권자와 세 개의 투표 대상이 존재하는 경우 투표 대상 세 개 중 두 개를 어떻게 고르느냐에 따라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결론이 가능해진다.
이제 위의 논의를 이번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 대입해 보자.투표 대상으로 보수 중도 진보의 세 후보가 있다고 하고 유권자가 갑 을 병 세 그룹으로 나뉘어진다고 하자.그리고 각 그룹에 속하는 유권자의 비중이 각각 3분의 1씩이라는 제한된 가정을 하자.또한 각 유권자 그룹의 성향을 다음과 같이 가정해 보자.(위의 예와는 조금 바뀌었다)
세 그룹의 선호 체계는 갑그룹은 보수>중도>진보(전통적인 보수그룹),을은 진보>중도>보수(전통적인 진보그룹),그리고 병은 중도>보수>진보라 가정하자.(병그룹은 진보였다가 중도로 회귀하면서 차라리 보수가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룹이라 하자) 이제 투표를 하는데 세 후보 중 둘만 나선다고 하자.
이 경우 위와 같은 논리를 적용해 보면 다음의 결과가 나온다. i)보수와 중도의 대결에서는 갑은 보수,을은 중도,병은 중도에 투표하여 중도가 승리한다.
ii)보수와 진보의 대결에서 갑은 보수,을은 진보,병은 보수에 투표하여 보수가 승리한다.
(중도와 진보의 대결에서는 중도가 승리한다.이 경우는 비현실적이기는 하다)
결국 보수는 진보와의 대결이라는 하나의 경우에서 승리하고,중도는 나머지 두 경우에 승리한다.
진보 후보는 어느 경우에도 승리하지 못한다.
이제 만일 갑과 을그룹의 선호 체계는 위와 동일한데 병그룹의 선호도가 중도>진보>보수라고 설정해 보자.
(병그룹은 진보가 싫어서 중도로 왔지만 여전히 보수보다는 진보가 낫다고 생각하는 그룹이라고 하자) 이 경우
i)보수와 중도의 대결에서 갑은 보수,을은 중도,병은 중도에 투표하여 중도가 승리한다.
ii)보수와 진보의 대결에서는 갑은 보수,을은 진보,병은 진보에 투표하여 진보가 승리한다.
iii)중도와 보수의 대결에서는 중도가 승리한다.
결국 진보는 보수와의 대결의 경우에,그리고 중도는 나머지 두 경우에 승리하고 보수 후보는 모든 경우에 패배한다.
결국 흥미 있는 것은 세 그룹의 유권자에 대해 두 개의 안만을 제시하는 투표를 하는 경우 그룹별 선호 순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때 병그룹의 선호순위 체계는 결정적이다.
병그룹에 2순위와 3순위가 어떻게 설정되었느냐가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결국 각 후보는 모든 유권자 그룹에 1순위가 되려는 노력만을 해서는 안 된다.
2순위라도 되기 위해,다시 말해 썩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덜 싫어하도록 만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매우 제한적인 가정하에서의 논의이기는 하나 이번 선거에서 진보든 보수든 중도를 표방하고 중도에 다가가는 전략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는 점,그리고 상대방이 중도를 주장할 경우 그 후보가 중도가 아니라는 공격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이 모형은 지적해 주고 있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
원래 이 분야는 1950년대부터 연구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는데 1986년 이 분야의 창시자인 제임스 뷰캐넌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커다란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 분야에서는 투표 행위와 다수결 원칙 등에 대한 연구가 상당 부분 진행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다수결에 근거한 투표 행위가 일종의 투표순환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매우 흥미롭다.
이제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A안 B안 C안에 대해 투표하는데 두 개씩 짝을 지어 투표한다고 하자.유권자는 갑 을 병 세 명이다.
그런데 이 세 유권자의 선호도를 조사해 보니 갑은 A>B>C의 순으로 나타나고 을은 B>C>A,병은 C>A>B로 선호도 순서가 나온다고 하자.(그림·여기서 중요한 것은 A안 B안 C안이 유권자별로 각각 1순위 2순위 3순위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안은 갑에게서는 1순위,을에게서는 3순위,병에게서는 2순위에 분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투표를 하는데 세 가지 안을 한 번에 모두 내지 않고 두 개씩 제시하여 투표한 후 가장 많이 1등을 한 안이 채택된다고 하자.우선 1차 투표는 A안과 B안에 대해 진행된다.
A와 B 두 개의 안을 놓고 투표할 때 갑은 당연히 A안에 표를 던지고 을은 B안에 표를 던진다.
문제는 병이다.
병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C안이 투표 대상에서 빠져 있음을 보고 다소 실망하지만 그러나 기권은 없다.
이 경우 병은 2순위가 A이고 3순위가 B이므로 두 개 중에서는 그래도 A가 낫다고 보고 A안에 표를 던진다.
결국 'A안과 B안의 대결에서는 A가 채택된다.'
A와 C의 대결은 어떨까.
갑은 A,병은 C안에 투표하는데 을에게는 C가 2순위이고 B가 3순위이므로 을은 C에 투표한다.
결국 'A와 C의 대결에서는 C가 채택된다.' 마지막으로 B안과 C안의 대결은 어떨까.
을은 B,병은 C에 투표하는데 갑은 B가 2순위,C가 3순위이므로 B에 투표한다.
따라서 'B와 C의 대결에서는 B가 채택된다.'
이를 정리해 보면 A와 B의 대결에서는 A가,A와 C의 대결에서는 C가,B와 C의 대결에서는 B가 채택되어 결국 모든 안이 골고루 한 번씩 채택된다.
그러나 결국 가장 많이 1등을 한 안은 없다.
두 개씩 투표하다 보니 모든 안이 한 번씩 1등을 하게 되어 이 기준을 가지고는 최선의 안을 골라내기 힘들게 되는 것이다.
이를 투표에 있어서 '사이클링 현상'이라 하며 다수결 투표가 가진 한계를 보여주는 모형이다. 그런데 이 모형을 조금 바꾸어 해석해 보면 세 그룹의 유권자와 세 개의 투표 대상이 존재하는 경우 투표 대상 세 개 중 두 개를 어떻게 고르느냐에 따라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결론이 가능해진다.
이제 위의 논의를 이번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 대입해 보자.투표 대상으로 보수 중도 진보의 세 후보가 있다고 하고 유권자가 갑 을 병 세 그룹으로 나뉘어진다고 하자.그리고 각 그룹에 속하는 유권자의 비중이 각각 3분의 1씩이라는 제한된 가정을 하자.또한 각 유권자 그룹의 성향을 다음과 같이 가정해 보자.(위의 예와는 조금 바뀌었다)
세 그룹의 선호 체계는 갑그룹은 보수>중도>진보(전통적인 보수그룹),을은 진보>중도>보수(전통적인 진보그룹),그리고 병은 중도>보수>진보라 가정하자.(병그룹은 진보였다가 중도로 회귀하면서 차라리 보수가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룹이라 하자) 이제 투표를 하는데 세 후보 중 둘만 나선다고 하자.
이 경우 위와 같은 논리를 적용해 보면 다음의 결과가 나온다. i)보수와 중도의 대결에서는 갑은 보수,을은 중도,병은 중도에 투표하여 중도가 승리한다.
ii)보수와 진보의 대결에서 갑은 보수,을은 진보,병은 보수에 투표하여 보수가 승리한다.
(중도와 진보의 대결에서는 중도가 승리한다.이 경우는 비현실적이기는 하다)
결국 보수는 진보와의 대결이라는 하나의 경우에서 승리하고,중도는 나머지 두 경우에 승리한다.
진보 후보는 어느 경우에도 승리하지 못한다.
이제 만일 갑과 을그룹의 선호 체계는 위와 동일한데 병그룹의 선호도가 중도>진보>보수라고 설정해 보자.
(병그룹은 진보가 싫어서 중도로 왔지만 여전히 보수보다는 진보가 낫다고 생각하는 그룹이라고 하자) 이 경우
i)보수와 중도의 대결에서 갑은 보수,을은 중도,병은 중도에 투표하여 중도가 승리한다.
ii)보수와 진보의 대결에서는 갑은 보수,을은 진보,병은 진보에 투표하여 진보가 승리한다.
iii)중도와 보수의 대결에서는 중도가 승리한다.
결국 진보는 보수와의 대결의 경우에,그리고 중도는 나머지 두 경우에 승리하고 보수 후보는 모든 경우에 패배한다.
결국 흥미 있는 것은 세 그룹의 유권자에 대해 두 개의 안만을 제시하는 투표를 하는 경우 그룹별 선호 순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때 병그룹의 선호순위 체계는 결정적이다.
병그룹에 2순위와 3순위가 어떻게 설정되었느냐가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결국 각 후보는 모든 유권자 그룹에 1순위가 되려는 노력만을 해서는 안 된다.
2순위라도 되기 위해,다시 말해 썩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덜 싫어하도록 만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매우 제한적인 가정하에서의 논의이기는 하나 이번 선거에서 진보든 보수든 중도를 표방하고 중도에 다가가는 전략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는 점,그리고 상대방이 중도를 주장할 경우 그 후보가 중도가 아니라는 공격이 매우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이 모형은 지적해 주고 있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