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채 시장개입… 정책효과 높일 것"
한국은행이 1999년부터 시행해 온 콜금리 목표제를 폐지하고 내년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 기준금리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콜자금 시장의 난맥상을 개선하고 단기금융 시장에 적극 개입해 통화정책 효과를 높이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파행 운용되는 콜시장에서 무리하게 목표치를 관리하기보다는 단기채의 기준금리를 제시하고 RP매매를 통해 금리 수준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대해진 콜시장에 눌려 위축됐던 단기채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콜시장 뭐가 문제
콜 시장은 금융기관들이 하루짜리 초단기 자금을 거래하는 곳이다.
한은은 콜금리 운용목표제를 시행하면서 목표수준에 맞춰 자금이 부족할 때 공급하고,넘칠 때는 흡수하는 식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왔다.
그러나 금융통화위원회가 매월 결정해 발표하는 콜금리 운용목표와 실제 콜시장에서의 금리는 거의 비슷한 수준을 나타냄으로써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시장에서 일부 참가자들의 투기성 거래로 쏠림현상이 발생하면서 금리가 급등락하는 경우에도 한은이 RP 지원 등을 통해 자금의 과부족을 해소해줬다.
결과적으로 시장참여자들이 사실상 고정된 콜금리에 맞춰 자금을 빌리거나 꿔주는 안전한 거래를 해왔다.
이런 부작용을 바로잡기 위해 한은이 지난 4월 지준관리를 엄격히 하면서 자금 지원을 하지 않자 일부 참여자들의 과민반응으로 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은은 실제 콜금리와 한은의 운용목표 금리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정책목표 금리의 효용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 밖에 콜시장의 최대 자금공급자 역할을 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은행과 달리 지급준비금 부과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통화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 관계자들이 기회있을 때마다 콜 시장을 은행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화관리 어떻게 바뀌나
한은은 매일 콜시장에서 자금 과부족을 해소하면서 콜금리운용 목표를 유지하던 데서 탈피,7일에 한 번 정도로 RP매매를 통해 기준금리를 유지하게 된다.
RP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영업일에는 콜금리가 크게 등락하더라도 한은이 더 이상 자금 과부족을 해소해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콜금리 변동폭이 커져 금리 리스크를 피하려면 시장 참가자들은 신중하게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
다만 한은은 지준마감일 등에 금리가 이상 급변동할 때는 예외적으로 단기 RP매매를 할 방침이다.
한은은 단기채 시장에서 RP거래를 활성화시켜 '단기-중기-장기'로 이어지는 통화정책의 파급효과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한은은 이와 함께 대기성 여수신제도를 도입해 콜금리의 안정성을 확보키로 했다.
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경우 은행이 기준금리에 1%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한은으로부터 용도나 횟수에 제한없이 돈을 빌려갈 수 있으며 반대로 자금이 남을 경우 한은에 예치하고 기준금리보다 1%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이러한 대기성 여수신 제도가 도입되면 콜금리는 기준금리의 ±1%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서 안정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