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단체인 탈레반이 19일(현지시간) 현지주둔 한국군의 철수를 요구하며 한국인 21명을 납치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한국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피랍자들을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일 외교통상부와 외신보도에 따르면 피랍 한국인들은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 소속 자원봉사자 일행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19일 오전 버스로 수도 카불을 출발,오후 5시께 남부 칸다하르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정오 이후 연락이 끊겼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경찰의 말을 인용,탈레반 무장 세력 수십명이 카불 외곽 카라바그 지역에서 한국인들이 탄 버스 한 대를 강제로 세워 22명을 납치했다고 보도했다.

또 AP통신은 무장단체의 대변인이 "한국인들은 현재 안전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으나 한국군이 21일 정오까지 철수하지 않을 경우 모두 살해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국인 실종자는 배형규 목사(42) 등 샘물교회 소속 19명과 현지에서 합류한 기독교 단체 아시아문화개발협력기구(대표 최한우) 소속 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20~30대가 대부분이고 과반 이상이 여성이다.

현지인 통역 한 명이 같이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버스 운전 기사는 바로 석방돼 현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샘물교회 일행은 지난 13일 출국했으며 칸다하르 힐라병원과 은혜샘 유치원(한국인 한정화씨 운영)을 방문하고 23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외교부는 피랍자의 정확한 신원 파악과 함께 무장단체와의 접촉을 시도하는 등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또 아프간 현지 주둔군에 대해서도 비상 경계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