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대ㆍ기아차-해외 주력시장 긴급점검] (2)유럽上‥ 名品자동차 본고장서 '힘겨운 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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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도 다른 지방에서 만든 것은 안 마시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만든 자동차에 금방 매력을 느끼겠습니까."
지난 달 21일 오전 독일 에쉬본에 있는 기아자동차 독일법인.서울 본사 관계자와 현지 시장 상황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우경호 법인장은 "유럽 소비자들은 애국심과 자국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강해 후발 업체는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명품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에서 현대·기아차가 악전고투하고 있다.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가격메리트와 젊은 이미지로 돌파해 나가고 있으나 산 하나를 넘으면 또다른 산을 만나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후진하는 현대ㆍ기아차
그동안 현대ㆍ기아차는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에 비해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하는 등 '싸고 좋은 차'의 이미지로 브랜드 열세를 극복하면서 유럽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왔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현대ㆍ기아차를 겨냥해 편의사양을 강화한 데다 지난해 원ㆍ유로 환율이 5.5% 하락,가격 메리트까지 줄어들면서 현대ㆍ기아차의 판매량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현대차의 지난해 유럽시장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1.6% 줄어든 29만5297대.기아차도 2.9% 줄어든 22만5348대에 그쳤다.올 들어서도 이같은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현대차는 10.9%,기아차는 2.9% 각각 감소했다.
.여기에 노조의 파업 등으로 제때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종종 발생해 판매에 지장을 주고 있다.베로니카 야쿠브코바 현대차 체코 판매법인 홍보담당자는 "노조가 파업을 벌였던 지난 1월에는 공급이 달려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래수 현대차 유럽법인 마케팅 부장은 "다양한 모델의 출시와 함께 '싸고 좋은 차'로 인식됐던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높여야 할 시기가 왔다"고 설명했다.
◆불붙은 할인 경쟁
최근에는 판매 부진에 빠진 각 업체들이 할인 경쟁에 나서고 있어 현대·기아차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상반기 내수 판매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량 줄어든 독일 시장에서 빅 메이커간 대대적 할인 경쟁에 불붙고 있어 현대·기아차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이다.
독일 시장 점유율 20%의 폭스바겐까지 준중형차 골프를 최대 4400유로까지 할인 판매하고 있다.
골프의 가격이 기아차의 씨드보다도 1700유로 가량 싸지면서 씨드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여기에 벤츠와 BMW 등 대형 고급차를 생산해오던 업체들까지 중소형차 시장을 넘보기 시작했다.
페터 엔더스 BMW 마인츠지점장은 "BMW 1시리즈와 폭스바겐 골프가 경쟁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고급차만이 아닌 모든 부문에서 최고의 차를 만들자는 것이 BMW의 방침"이라고 밝혔다.프리미엄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의 구분조차 없어질 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기 전략 필요
반면 현대ㆍ기아차는 D세그먼트(중형차) 이상의 중대형차 시장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브랜드 파워가 약해 중대형차를 구매하는 중산층 이상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대량구매 채널도 쉽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의 중대형차 시장은 시장가격보다 30% 이상 싼 가격에 렌터카나 법인용 차량으로 대량 판매하는 플리트판매(Fleet Sale)의 비중이 40% 이상 높아 이 채널에 도전할만하지만 현지업체들이 구축한 철옹성을 쉽게 깨지 못하고 있다.
박영근 기아차 독일법인 차장은 "폭스바겐 등 현지 업체들이 플리트판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우경호 법인장은 "그간 현대ㆍ기아차는 한국과 미국시장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차량을 유럽에 그대로 들여와 판매하는 등 유럽시장에 맞춘 전략이 부족했다"며 "10년 앞을 내다보고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전략을 수립해 꾸준히 실천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곳이 유럽"이라고 말했다.
/usho@hankyung.com
지난 달 21일 오전 독일 에쉬본에 있는 기아자동차 독일법인.서울 본사 관계자와 현지 시장 상황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우경호 법인장은 "유럽 소비자들은 애국심과 자국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강해 후발 업체는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명품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에서 현대·기아차가 악전고투하고 있다.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가격메리트와 젊은 이미지로 돌파해 나가고 있으나 산 하나를 넘으면 또다른 산을 만나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후진하는 현대ㆍ기아차
그동안 현대ㆍ기아차는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에 비해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하는 등 '싸고 좋은 차'의 이미지로 브랜드 열세를 극복하면서 유럽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왔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현대ㆍ기아차를 겨냥해 편의사양을 강화한 데다 지난해 원ㆍ유로 환율이 5.5% 하락,가격 메리트까지 줄어들면서 현대ㆍ기아차의 판매량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현대차의 지난해 유럽시장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1.6% 줄어든 29만5297대.기아차도 2.9% 줄어든 22만5348대에 그쳤다.올 들어서도 이같은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현대차는 10.9%,기아차는 2.9% 각각 감소했다.
.여기에 노조의 파업 등으로 제때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종종 발생해 판매에 지장을 주고 있다.베로니카 야쿠브코바 현대차 체코 판매법인 홍보담당자는 "노조가 파업을 벌였던 지난 1월에는 공급이 달려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래수 현대차 유럽법인 마케팅 부장은 "다양한 모델의 출시와 함께 '싸고 좋은 차'로 인식됐던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높여야 할 시기가 왔다"고 설명했다.
◆불붙은 할인 경쟁
최근에는 판매 부진에 빠진 각 업체들이 할인 경쟁에 나서고 있어 현대·기아차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상반기 내수 판매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량 줄어든 독일 시장에서 빅 메이커간 대대적 할인 경쟁에 불붙고 있어 현대·기아차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이다.
독일 시장 점유율 20%의 폭스바겐까지 준중형차 골프를 최대 4400유로까지 할인 판매하고 있다.
골프의 가격이 기아차의 씨드보다도 1700유로 가량 싸지면서 씨드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여기에 벤츠와 BMW 등 대형 고급차를 생산해오던 업체들까지 중소형차 시장을 넘보기 시작했다.
페터 엔더스 BMW 마인츠지점장은 "BMW 1시리즈와 폭스바겐 골프가 경쟁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고급차만이 아닌 모든 부문에서 최고의 차를 만들자는 것이 BMW의 방침"이라고 밝혔다.프리미엄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의 구분조차 없어질 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기 전략 필요
반면 현대ㆍ기아차는 D세그먼트(중형차) 이상의 중대형차 시장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브랜드 파워가 약해 중대형차를 구매하는 중산층 이상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대량구매 채널도 쉽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의 중대형차 시장은 시장가격보다 30% 이상 싼 가격에 렌터카나 법인용 차량으로 대량 판매하는 플리트판매(Fleet Sale)의 비중이 40% 이상 높아 이 채널에 도전할만하지만 현지업체들이 구축한 철옹성을 쉽게 깨지 못하고 있다.
박영근 기아차 독일법인 차장은 "폭스바겐 등 현지 업체들이 플리트판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우경호 법인장은 "그간 현대ㆍ기아차는 한국과 미국시장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차량을 유럽에 그대로 들여와 판매하는 등 유럽시장에 맞춘 전략이 부족했다"며 "10년 앞을 내다보고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전략을 수립해 꾸준히 실천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곳이 유럽"이라고 말했다.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