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는 유럽 소비자를 겨냥해 개발한 i30와 씨드를 각각 앞세워 B세그먼트(소형차) 다음으로 수요가 많은 C세그먼트(준중형) 시장을 집중 공략, 판매량을 판매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그러나 i30와 씨드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C세그먼트는 시장 규모가 큰 만큼 각 메이커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부문이다.

올 들어서도 닛산 카슈카이,볼보 C30,도요타 아우리스,피아트 브라보 등이 잇달아 출시됐다.

특히 씨드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도요타 아우리스는 이미 판매량에서 씨드를 앞서 나가고 있다.유럽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 JATO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씨드가 2만838대 팔린 데 비해 아우리스는 3만9652대 팔렸다.

연초 씨드에 뒤지던 피아트 브라보도 4월과 5월 판매량에서는 씨드를 앞섰다.C세그먼트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푸조와 폭스바겐은 각각 올 하반기와 내년에 307과 골프의 후속모델을 출시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i30와 씨드는 서로 수요층이 겹치는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 잠식)이 일어날 우려도 낳고 있다.두 모델이 같은 플랫폼(자동차의 뼈대)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차체 크기와 엔진 성능,연비 등이 비슷한 데다 현대차와 기아차 간에 브랜드 이미지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두 차종 모두 해치백 형태일 뿐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i30가 씨드에 비해 다소 보수적인 방향을 채택했을 뿐 큰 차이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i30와 씨드가 차별화에 실패할 경우 특히 현대차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낮고 브랜드 이미지가 약한 기아차 씨드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조래수 현대차 유럽법인 마케팅 부장은 "당초 의도대로 i30으로는 30~40대,씨드로는 20~30대 고객층을 끌어들이려면 현대차와 기아차 간에 브랜드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