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홍콩 등 해외 경매시장에서 팔린 한국 현대미술 작품의 판매액(낙찰 총액)이 100억원을 돌파했다. 또 해외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한국 작가는 고 백남준씨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국내 작가 해외 미술품경매 낙찰 현황'에 따르면 2004년 10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뉴욕 소더비를 비롯해 홍콩 크리스티,런던 본햄스,뉴욕 필립스 경매 등에 출품된 156점의 낙찰 총액은 122억6545만원에 달했다.

이 기간에 참여한 작가는 38명. 이 가운데 고 백남준씨가 25억67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이우환(24억3117만원) 박수근(17억1760만원) 홍경택(9억2160만원) 최소영(7억8114만원) 배병우(6억2678만원) 김창열(5억8654만원) 안성하(2억9114만원) 순이었다.

낙찰 작품 수를 기준으로 보면 백남준씨가 76점으로 가장 많았으며 김창열 13점,박수근 11점,이우환 11점,최소영 10점이었다.

◆경매 거래 현황=가장 많은 판매액을 기록한 백남준씨의 경우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점당 평균 가격은 3300만원 수준으로 '저평가'된 상태다.

작품가격도 2006년을 기점으로 주춤하는 추세다.

미국 미술경제지 아트 프라이스가 발표한 백씨의 작품가격 지수는 2006년 104에서 올 6월 말 96으로 하락했다.

현재 백씨의 국내외 경매 최고가는 2001년작 비디오작품 '아기부처'로 지난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2억7200여만원에 팔렸다.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로작가 이우환씨는 올 들어서만 21억4000만원의 해외 매출을 올렸다.

지난 5월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00호(160X132㎝) 크기 '점으로부터'가 18억원,5호보다 약간 작은 '선으로부터'가 3억4000만원에 팔렸다.

또 지난해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는 '무제(1982년작)'가 추정가의 3배에 가까운 1억6322만원에 낙찰됐다.

모노크롬의 참신성 때문에 작품 가격도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다.

국내 최대 '블루칩' 작가 박수근씨 작품은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지난 3년간 목판화 9점(1억3849만원)과 '앉아있는 아낙과 항아리' 등 모두 11점이 팔려 총 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박씨의 국내 낙찰 총액은 219억원으로 해외 낙찰 총액의 13배를 웃돌았다.

이 밖에 홍경택씨는 올해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연필Ⅱ(낙찰가 7억7000만원)'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청바지 작업을 하는 최소영씨,인물을 길쭉하게 표현하는 조각가 이환권씨 역시 작품의 독창성 덕분에 국내외 컬렉터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기 요인과 전망=해외 컬렉터들이 국내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작품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데다 잘하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 아트페어에서도 본격적인 판매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윤석 서울옥션 과장은 "웨민쥔 장사오강 등 중국 인기 작가들과 비교해볼 때 작품성은 크게 뒤지지 않지만 가격은 10분의 1 수준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작품은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원로나 중견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