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본점을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SIFC)로 이전하려는 국민은행의 방침이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최근 "건물주와 배타적 협상 계약을 체결했고 본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라며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SIFC 사업 시행자인 AIG에 국민은행 통합 본점을 SIFC 내에 유치하려는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3만3058㎡ 규모의 여의도 옛 중소기업전시장 부지에 들어서는 최고 54층 규모의 SIFC는 서울시가 AIG에 부지를 99년간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반대하면 사실상 입주가 불가능하다.

SIFC는 지난 6월 착공,오는 2011년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시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와 AIG가 체결한 기본협약에 따라 SIFC에 입주할 금융회사를 결정할 때 양자가 긴밀하게 협의하도록 돼 있다"며 "국민은행 통합 본점 건은 서울시와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이처럼 국민은행의 통합 본점 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아직까지 국제금융센터 내 글로벌 금융회사 유치 실적이 전무한 가운데 국민은행 입주가 확정될 경우 SIFC가 자칫 국내 금융회사를 위한 금융센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서울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소한 글로벌 금융회사의 아·태지역 본부급을 유치해야 '국제금융센터'의 위상에 걸맞을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라며 "AIG에 이러한 회사들을 유치하기 위한 '마스터 플랜'을 먼저 수립해 달라는 뜻을 강력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SIFC에 입주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국내 금융회사는 국민은행 말고도 많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행만 받아들일 경우 형평상 다른 국내 금융회사의 입주를 거절할 수 없어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가 '입주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함에 따라 국민은행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본점,전산센터,신용카드 사업본부 등이 여의도 등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는 국민은행은 업무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본점 통합을 오래전부터 추진해왔다.

실제로 최근 모건스탠리에 넘어간 대우빌딩 입찰에 참여했다가 떨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김상만 국민은행 본점건축부 기획팀장은 "본점 통합과 관련해서는 어떤 확인도 해주지 않는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며 "코멘트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호기/송종현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