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지난 21일 "우리는 중유를 먹는 기생충이 아니다"며 "영변 핵시설을 해체하려면 경수로가 들어와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김 부상은 이날 베이징 6자 수석대표회담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남측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의 후속조치로 북측의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 시한을 설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리가 할 것은 명백한데 다른 쪽은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 부상은 특히 "핵무기 해결의 기본은 중유가 아니고,우리는 중유를 먹는 기생충이 아니다"면서 "정책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현존 핵 계획,다시 말해 영변 핵시설을 가동 중단하고 무력화하고 궁극적으로 해체하는 것이며 그러자면 경수로가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상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에서도 해제,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하라는 주장인 동시에 경수로를 지원해야 핵시설과 핵무기의 폐기에 나선다는 조건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으로 중유(5만t)를 대가로 받는 데 이어 핵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를 통해 중유 95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는 물론 미국의 적대적 정책 포기,핵시설과 핵무기 포기로 경수로를 지원받겠다는 속내"라며 "이는 단계마다 실익을 챙기려는 북한의 전형적인 살라미 전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의 소리(VOA)'는 김 부상의 경수로 주장이 실패로 끝난 1994년의 북·미 제네바합의 당시와 유사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당시 북측은 핵을 동결하는 대가로 한국과 미국 등으로부터 신포 경수로 건설을 지원받았지만 2002년 2차 북핵 위기가 발생해 관련 사업이 중단됐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