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출신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정책이 노사관계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재계는 물론 노동부 내부에서까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노사 간 핵심 이슈에 대해 충분한 검토도 거치지 않은 채 선심성 대책을 내놔 노사 분쟁을 되레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권력을 동원해 매장 점거 노조원 등을 해산시킨 이랜드 사태와 현재 단식 농성 중인 KTX 여승무원 문제,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특수고용직보호법 등이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비난받고 있다.



◆노동부 안팎서 불만 고조

이랜드 계열 대형 유통업체인 홈에버와 뉴코아 노조의 불법 점거 농성이 진행 중이던 지난 9일 이 장관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과천 장관 집무실에서 만나 이랜드 사태의 해결책을 논의했을 때부터 여기저기서 비난이 쏟아졌다.

노동 행정을 책임지는 장관이 불법 파업을 벌이는 이랜드 노조의 상급단체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사태 해결에 나선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얘기다.

노조원들의 불법 행동을 묵인하는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고 노조의 눈높이만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랜드 노조 측은 이 장관이 이 위원장과 만난 다음 날인 10일 노동부가 중재안을 제시했는데도 중재 내용이 불만족스럽다며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

노동부의 중재안은 불법 파업 주동자의 신변을 보호해줄 테니 농성을 풀고 협상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조는 계약 해지 비정규직의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부 장관이 현장 노사분규에 직접 개입할 경우 노조원들의 기대심리만 높일 수 있어 장관이 해결사로 직접 나선 예는 거의 없고 대부분 실·국장 등 참모들이 그 역할을 해왔다.

이 장관은 16일에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사측이 더 이상 외주화를 하지 않고 (이미) 외주화를 한 것에 대해서는 도급 계약이 끝나는 때를 기점으로 (직접 고용하는 쪽으로) 긍정적인 고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노사 협상을 준비 중이던 이랜드 측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사측이 협상에서 꺼내들 카드를 이 장관이 미리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장관의 이런 행보에 대해 노동부 내에서조차 "다중을 의식한 포퓰리즘적인 해법"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어서 그런지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대중만을 의식하는 측면이 강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대심리 부추겨

장기 파업 중인 KTX 여승무원 사태에 대한 해법도 포퓰리즘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 장관은 올해 초 "사회적 갈등 해소 차원에서 장기간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KTX 여승무원을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발언했다가 관계부처의 반발을 이유로 '없었던 일'로 하기도 했다.

이 장관의 발언이 KTX 여승무원들의 기대심리를 부추겨 지난 3일부터 시작된 단식 농성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 보호 입법(특고법)과 관련해서도 이 장관은 6월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사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의원 입법 형태로 성급히 밀어붙였지만 기업과 정치권의 반발로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