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캠프 갔다 올때까지 좀 돌봐줘"

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에 사는 주부 조앤 셀코프(52)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를 여름 캠프에 보낸 후 더 바빠졌다.

아이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키워온 40여 마리의 애완동물을 대신 돌봐줘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인터넷에 접속해 동물들을 보살피고 나오려면 1시간은 족히 걸린다.

뉴욕타임스는 22일 미국 어린이들 사이에서 온라인 애완동물 키우기가 대중화되면서 부모들에게도 새로운 일거리가 생겨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자녀들의 야외 활동이 많은 방학을 맞아 셀코프 같은 상황에 처한 부모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온라인 가상세계인 웹킨스(www.webkinz.com) 등에 접속해 아이들의 비밀번호를 치고 로그인한다.

자녀들이 키우는 애완동물에게 밥을 주고 산책과 놀이를 시켜준다.

이 사이버 펫(pet)들은 현실세계의 애완동물처럼 매일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된다.

며칠 접속하지 않았다고 죽지는 않지만 주둥이가 녹색으로 변하고 이마에 얼음팩을 달고 나오는 등 병에 걸리게 된다.

이 경우 웹킨스 전용 화폐 '킨스캐시'를 써서 회복시켜야 한다.

킨스캐시를 벌려면 온라인 상에서 퀴즈를 풀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활동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신문은 다마고치 유행이 불었던 몇 년 전보다 부모들의 일이 더 늘었다고 밝혔다.

다마고치는 열쇠고리에 달린 단말기 상으로 디지털 애완동물을 키우고 성장시키는 장난감.이는 컴퓨터와 달리 아이들이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어 부모가 겪는 번거로움은 적었다.

뉴저지주의 수 오스트로프(36)는 일곱 살 난 딸 시드니가 적어준 애완동물과의 하루 일정을 지키느라 신경쓴다.

그는 사이버 펫 키우기에 열성적인 딸의 뒤치닥거리를 하다가 스스로 재미를 붙인 경우다.

딸에게서 생일선물로 온라인 애완동물을 받아 키우고 있는 그는 이 같은 일이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배려심을 키워준다는 점에서다.

신문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온라인 애완동물을 그냥 방치해둘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사이버 펫 인기가 가라앉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