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대ㆍ기아차-해외 주력시장 긴급점검] (2)유럽下‥해치백.왜건 '유럽모델'서 해법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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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체코 프라하 부카로바 거리에 있는 현대자동차 지점. 오후 내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겟츠(국내모델명:클릭)와 매트릭스(라비타) 등을 유심히 살펴보던 고객 카렐 하세크씨(31)는 "폴크스바겐 계열의 스코다 파비아와 현대 겟츠 중 어떤 차를 살까 고민했지만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겟츠가 더 나은 것 같아 겟츠를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르지 페타크 지점장은 "겟츠는 최근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겟츠는 현대차의 다른 모델들과 몇 가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며 "배기량이 작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갖고 있으며 겉보기에 비해 실내공간이 넓다"고 설명했다.
◆유럽 전략형 모델이 열쇠
겟츠의 한국 내 판매량은 연간 1만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기 차종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한때 1년에 10만대 이상 팔리면서 현대차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 유럽법인 관계자들과 현지 딜러들은 겟츠의 뜻하지 않은 성공에서 현대ㆍ기아차의 유럽시장 공략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럽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춘 전략형 모델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
현대차와 기아차는 유럽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해치백 차량인 'i30'와 '씨드'를 출시한 데 이어 왜건형 모델을 출시,유럽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차는 i30에 이어 11월에는 왜건형인 i30 콤비를 내놓을 예정이고 기아차도 현재 판매 중인 씨드 5도어 모델 외에 9월에는 왜건형,12월에는 3도어 모델을 추가로 선보인다.
◆"현대ㆍ기아는 유럽차"
이와 함께 최근 현대ㆍ기아차는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 동부유럽에 생산기지를 건설했거나 건설 중인 점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유럽차'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슬로바키아 질리나에서 지난해 연말부터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기아차는 이미 현지화의 효과를 보고 있다.
슬로바키아에서 기아차의 판매량은 2005년 1159대,2006년 1815대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2000대를 넘어섰다. 이웃 국가인 체코와 폴란드에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50% 이상 늘어났다.
현지에 공장을 갖고 있으면 10%의 수입 관세를 면제받고 EU의 역내 산업보호 정책에 따른 통상 마찰도 피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베로니카 야쿠브코바 현대차 체코 판매법인 홍보담당자는 "현지 공장이 있으면 해당 국가 국민들에게 '자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체코 노소비체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완공하는 현대차는 최근 체코에서 "현대차는 체코차"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페타크 지점장은 "얼마 전 열린 유럽지역 딜러 회의에서 체코 공장이 완공되면 동부유럽 지역의 판매량을 40% 이상 늘리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우경호 법인장은 "독일과 프랑스 등 토종 업체가 견고한 장벽을 쌓고 있는 유럽이지만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모델을 내놓고 현지 밀착형 마케팅을 펼친다면 현대ㆍ기아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프라하.질리나=유승호 기자 / 이스탄불= 남궁 덕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