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永植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최근 통화당국과 정부는 시중 유동성(流動性) 축소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일련의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는 콜금리 목표치를 4.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8월 이후 11개월 만에 재개된 일이다.

같은 날 정부는 외화차입에 대한 외은(外銀) 지점의 손비(損費) 인정 규모를 자본금의 6배에서 3배로 축소하는 방안과 국내 은행들의 외화대출에 대한 용도를 제한하는 외화차입 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한국은행과 정부가 공조해 국내 유동성 흡수와 원화환율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그동안의 긴축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동성이 확대되자 금리 인상 카드를 다시 꺼냈다고 본다.

여기에다 경기 회복 기대감 고조와 주식시장의 버블 우려까지 제기된 점도 금리 인상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외화차입 확대로 인한 해외 유동성 공급 확대와 원화 강세 심화라는 원래 목적에 반하는 현상을 유발할 여지가 높아졌다.

그래서 재경부가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유동성 공급 규제와 환율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고자 외화 차입 규제라는 카드를 꺼냈다고 본다.

정부의 조치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의 풍부한 유동성은 기대하는 만큼 축소되겠는가? 한마디로 한두 달 내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외은 지점의 손비 인정 축소시기가 2008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외화대출 용도제한 대상 및 실시 시기도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지금 바로 손비 인정이 축소되더라도 추가 조달비용을 상회하는 금리재정거래 기회가 존재해 외화차입 축소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리고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식투자 수익률이 시장금리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자금 수요를 진정시키기 힘든 요인이다.

여기에다 글로벌 과잉 유동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외부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일본의 초저금리 지속으로 글로벌 유동성 공급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 자금의 해외 공급,엔 캐리 트레이드 확대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국내 유동성은 현재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적으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데다 외화 차입 규제의 본격적인 시행과 추가 규제 조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외화차입이 둔화되지 않을 경우 정부 당국은 외국환 취급기관에 대해 외화건전성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추가 조치도 취할 가능성이 있다.

외화차입 규제는 국내 유동성 문제뿐만 아니라 환율 안정을 도모할 수 있으므로 강력하게 시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요인뿐만 아니라 해외 요인도 국내 유동성 축소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본다.

그동안 확대되기만 하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7월 말 일본의 참의원 선거 이후 금리 동결에 집착했던 일본도 금리 인상으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미·일 간의 금리 격차가 축소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유인은 약화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엔 캐리 트레이드가 완전히 청산(淸算)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일본의 금리 인상에다 유럽,중국 등 주요국의 추가 금리 인상까지 가세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은 축소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공행진을 하던 세계 원자재 가격과 주가의 조정,주택대출의 부실화 등이 일부 또는 동시에 발생하고,이는 위험자산 선호현상을 약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시 위험자산으로 집중되었던 엔 캐리 트레이드를 다소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전개될 국내외 유동성 흐름은 풍부한 유동성에 지나치게 익숙해 위험자산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示唆)하고 있다.

특히 정부 당국은 당분간 유동성 흡수 노력에 주력해야 하겠지만 유동성 악화에 대해서도 미리 대책을 마련해 둬야 할 때다.